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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Apr 04. 2021

상하이 황푸강 유람선

중국 상하이 편 (1)

  결혼 후 1년이 지났다.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하면서 여권도 만들었고, 발리에서 손짓, 발짓도 해봤더랬다. 그렇게 1년 만에 우리는 두 번째 패키지 여행을 가게 되었다. 바로, 중국. 상하이였다. 가장 큰 목표는 짝꿍이 내게 해외 여행의 목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디즈니랜드'. 아침에 인천공항에 가야 해서 아침 6시쯤 집에서 나와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번 패키지는 모두 세 팀. 우리 외에 3모녀 한 팀과 부녀 한 팀이 있었다. 아마도 '디즈니랜드' 패키지라서 아이들이 있는 듯 했다. (우린 아이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내가 그 아이인 듯 하다.) 

  중국 패키지 여행을 위해 여행사 앞에서 단체 비자를 받았다. 출입국시에 비자에 적힌 이름 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근데 또 하필 내가 1번이었다. 가나다 순인가. 필자는 고씨라 학창 시절에도 번호를 가나다 순으로 하면 강씨가 없는 이상은 늘 1번이었다. 그래서 단체 비자 원본을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상하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7~8시간을 가는 발리와는 달리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라 힘들지는 않았다. 

  도착하니 조선족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승합차와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이드로부터 간단한 소개와 설명을 들었다. 첫 코스는 일정표와는 상관 없이 주가각이었다. 아마 가이드끼리 관광지에 몰린 인파들을 보면서 장소 순서를 바꾸는 듯 했다. 


  주가각 시장 구경하는데 사람이 엄청 많고 기이한 향의 향신료들이 많아서 비위가 약하면 적응이 다소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재래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시장이라서 구경할 거리는 좀 있는 편이다. 아, 그리고 상하이 어디를 가든지 스타벅스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역시 별다방은 위대했다.


  한참을 걸어 갔다가 돌아올 때는 이런 배를 타고 입구로 돌아왔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니 <녹정기>의 첫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 위소보가 항주(항저우) 여춘원 기생의 아들이었는데 그 배경이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배를 타고 옛 중국의 건물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저기서 위소보 역을 맡았던 황효명 배우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상하이와 항저우가 그리 멀지 않으니 비슷한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가각 구경을 마치고 상하이 시내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중국 음식이었는데 별로 맛은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중국 음식은 발리와는 달리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 한 음식들이 꽤 있었다. 그래도 비교적 먹을만 한 음식들 위주로 배를 채우고 황푸강 유람선을 타러 갔다. (이것도 일정엔 없었다.) 유람선 탑승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 구경을 했는데 우리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일단 스타벅스는 카드가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디어 유람선을 탔다. 앉을 자리는 실내에 꽤 있었는데 앉아 있으면 야경을 구경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짝꿍과 나는 잠시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가 적당한 자리를 선점하고 야경 구경을 시작했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여의도 유람선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배도 더 크고, 야경도 더 좋았던 점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특히 예전 영국, 프랑스 등의 건물이 남아 있는 지역은 일부러 조명을 만들어 놓은 듯 했는데 야경이 멋있었다. 자꾸 1년 전에 탔던 한강 유람선과 비교하게 되었다. 여의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도는 코스의 야경은 이렇게까지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한강도 이렇게 더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 전력도 다 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원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중국은 돈이 많아서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또 돈만 많으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경도 감상하랴,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랴. 그러다보니 유람선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우리는 차량을 타고 숙소에 갈 수 있었다. 시내에서 숙소까지도 거리가 좀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그대로 뻗었다.


  오늘의 교훈. 노옵션, 노쇼핑이라 적힌 패키지도 옵션을 고려하여 넉넉히 환전해가자. 

이전 24화 영화제에 다시 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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