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산 Dec 06. 2023

심리상담 5주 & 6주 차 후기

심리상담 끝났다

다니던 심리 상담 센터가 망했다…… 이제 심리 상담은 끝났다. 난 6주 동안 42만 원을 썼다.

뭐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문 닫는다는 건 한 3주 차 때부터 알았는데 진짜 닫으니까 얼떨떨하고 당황스럽다. 진짜 닫네… 진짜 상담 끝나버렸네. 난 시작도 안 해봤는데.


사진… 더 잘 찍을 수 있는데 너무 귀찮다…

내가 보려고 쓰는 건데 뭐 어떠냐 싶다.

3~4일간 트라우마 하면 떠오르는 장면을 하나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활동을 했다. 인지적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했던 것 같다. 보통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었을 때 하는 과정이라는데 나도 아빠를 상실한 것과 진배없대서 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번에도 제대로 답변을 쓰지 못했다… 충격적이다. 상담하는 6주 내내 그랬지만 난 선생님의 질문에 명확한 말로 대답한 적이 없다. 그래서 글로나마 써보라는 건데 그것도 잘 안 된다. 날 아는 누가 본다고 생각하면 구구절절 쓰질 못하겠다. 난 평소에 내가 말도 잘하고 그리고 잘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담만 받으면 딴 사람이 된다. 그냥 계속 어버버거리다 나온다. 현타 온다.


난 아빠 얘기를 털어놓을 준비가 안 됐다. 6주 내내 그랬다…… 하……


그래도 도움 됐던 거: 상담 선생님이 과거의 나(중학생 때)를 떠올려보고, 걔를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에 데려와보랬는데~ 그게 조금 위로가 됐다. 몇 년 전에는 어린 나를 죽이는 상상을 더 많이 했다… 그때는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마다 걔가 너무 불쌍했고…… 걔는 살아있는 걸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에…… 심지어 삶이 더 나아질 희망도 없었고 주위에 도움을 줄 어른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죽어서 편해지렴, 하고 죽여버렸다…….


지금도 사실 매우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를, 그때 당시에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던 것 같다. 강조하지만 난 지금 우울한 상태가 아니다. 난 지극히 멀쩡하다. 지금은 당연히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려면 지나치게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하지 않는가? 당시의 나는 내가 미래에 나아질 거라는 것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럼 아무 희망도 없는 상태에서 한참을 고통만 받아야 한다는 건데…… 그게 불쌍하다…… (차라리 타인이었다면 이 악물고 견디라고 응원했을 텐데 나라서 그게 안 된다…… 뭔 소리야 그때 분명히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는데 어떻게 견뎌?) 아무튼 지금의 나를 배제하고 정말로 오롯이 어린 나만을 생각한다면 걔는 죽는 게 더 좋았을 거다. 물론 나는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절대로 죽고 싶지 않고 과거의 내가 버텨줘서 고맙지만 말이다.


내심 걔를 당장 내가 편한 공간에 초대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기도 했다…… 걔를 영영 여기 둘 수도 없고 걔도 나도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그럼 걔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시간들을 한참 겪어야 하고…… 하 불쌍하다. 자기 연민 그만하고 싶은데 진짜 불쌍하네. 세상에 힘든 일 겪은 사람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나만 유독 불쌍하지. 나라서 그런가.


당연한 거긴 해…… 좀 다른 얘긴데 난 나랑 유사하게 힘들었던 어린 여자애들한테 진짜 약하다…… 매달 1일에 지파운데이션을 통해 취약계층 여자애들 생리대 지원에 1만 원씩 기부한다. 어쩌면 기부를 받아야 하는 건 나겠지만…… 나도 돈 없는데 누굴 돕냐 싶지만…… 그래도 돕는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없는 살림에 쪼끔 떼 주는 그게 내 자기만족이기도 하다. 나는 과거의 내가 힘들었던 방식과 엇비슷하게 고통받는 어린 여자애들이 다신 안 생기면 좋겠다. 그런 애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다…… 뭐 걔네 중에 나랑 완전히 똑같이 힘든 애는 없을 테고 각자의 힘듦이 있겠지만 그래도 어린애들은 다들 견딜 수 있는 만큼의 힘듦만 겪었으면 좋겠다. 딱 성장하기 좋은 정도로만 아파라. 그 이상은 학대다!!!


아무튼 6주 간 상담 후기.

짧은 시간인지라 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뭔갈 털어놓은 기억이 없다.

하지만 상담사님은 노력하셨다. 이건 100% 내 탓이다. 내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도 감정 조절에 있어 여러 꿀팁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돈이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아까워 죽을 것 같지만……

상담받길 잘했다!!!

나중에 무료로 상담할 기회가 있으면 또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 상담 4주 차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