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2
어차피 못할 것 같아서 말이나 해보는 거다.
예전에 입양 선호도가 높은 건 7세 미만의 어린 여자애들이라는 걸 주워들은 적 있다.
개도 고양이도 사람도 어릴 때 버려져야 수요가 있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가족을 고를 권한이 주어진다면
나는 꼭 선택받지 못한 누군가를 택하고 싶어진다.
나는 15세 4월을 지날 때쯤 제일 힘들었다.
그때는 왜 아무도 나를 안 도와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해 보면 뭐 누구한테 힘들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냥 방구석에서 혼자 힘들었는데 누가 알아주나 싶다)
아무튼… 그래서 도와준다면 되도록 15세 여자애를 도와주고 싶다.
그 애가 세상에 버려졌다고, 그래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어린애는 두 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의 나보다 더 힘든 어린애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퍼진다…
이것도 홍대병의 일종인가…
근데 다수자의 말은 다수자가 들어주잖냐…
그럼 소수자는 당연히 소수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냐?
난 투표도 죽을 때까지 소수정당에만 할 듯…
내 소수자성이 내 정체성이라고 느낀다.
내가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내 아버지가 제 구실을 하거나 나랑 남자랑 연애하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건 정말 나라고 볼 수 있을까?
솔직히 남자랑 연애하는 것 빼고는 다 간절히 원하는 것 같기도 해…
나는 정상성을 갖고 싶어 미치겠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아버려서 이 삶에 애써 적응이라도 해보려고 애쓰는 거지 안 그러면 미치니깐…
사실 지금도 집 밖에 나가서 아파트만 봐도 막 미칠 것 같다.
저거 하나만 갖고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 계급통 와.
성인이 되어 겪는 가장 큰 문제인데
내가 너무 한심해지면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거다.
청소년기에는 학교라는 공간이 있어서
나 같은 무수리도 퀸이랑 대화할 수 있었는데……
성인+개백수 이 콤보 터지니까
친구들 보기도 점점 힘이 들어……
(아예 안 만나는 건 아니고 이번 달에 같이 여행도 다녀오긴 했고 그때 즐거웠으나 한편으로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뜻)
왜냐면 친구들이 고민하는 건 막
할아버지 재산 분할…? 속 썩이는 친척들…? 재개발…?
이런 주제란 말이야.
근데 나는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천덕꾸러기고 친척들 사이에서는 왕따고 집은 애초에 없었고 물려받을 것도 없고
걔네가 막말로 재벌까지도 아니고 다 그냥 평범한 애들인데도 나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계급의 사다리가 막 보여서 너무너무너무 힘들었어…
애들이 또 너무 착해서 나한테 힘든 거 없냐고 막 물어봐주고 … …
개힘들지 당연히…
개힘들어서 미치겠지…
하지만 내가 거기서 무슨 말을 하겠니?
나는 집이 없는 게 고민이야…
진짜로 주거의 고민, 이런 문제도 맞는데,
정신적으로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그냥 중학생 때는 집 앞에 아빠 차가 있으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근처에서 막 울다가 들어갔어.
집을 안전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고등학생 때부터는 외조부님 댁에 얹혀살았는데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적이 없고
두 분 다 내가 나가길 바라셔.
눈치 보여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집에 손님 오면 쫓겨나고 방밖에 나가기 눈치 보이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그냥 내 공간이 세상에 단 1평도 없는 것 같아.
자꾸 나한테 기대려는 엄마도 고민이고 몇 대째 대물림받은 가난의 족쇄도 고민이고 내 게으름과 무능함, 이 와중에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독차지하는 아빠도 싫고 집에 자꾸 나타나는 초대형 바퀴벌레도 싫고 돈 때문에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보면서 짜증이 나 너희랑 3일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도 그래서야 미안해
이럼 이제 다음부터 나한테 고민 절대 안 물어보죠?
분위기 싸해지고 어색해지고 다음에 고민 말할 사람도 머쓱해서 할 말 없어지죠?
조기축구 고민대회에서 왜 메시가 나타나나 싶죠? (너희들의 고민을 축소시켜서 미안하다, 내가 남의 고민을 내 것에 비해 가볍게 여기는 점도 내 문제점이야, 티 안 내려고 노력 중)
이게 고민 얘기하는 시간이지 정신병 상담 시간이 아니죠?
진심 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맨날 혼자서 머리 싸매고 혼자서 정신병 앓고 이러다 보니까
인생을 혼자 사는 것에 특화되어 버렸다는 거다…
하지만 이제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고 슬슬 외로운데
이 난리로 산 세월이 너무 길어서 …
그리고 이렇게 한 많은 여자랑 누가 살아주겠냐 싶어서…
그냥 또 이렇게 살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별로 극복 못 했는데 극복한 척하고 살아야 돼…
이제 어릴 때 학대받았다거나 집에서 왕따 당한다거나 기초생활수급자라거나 아버지가 없다거나 이런 문제로는 누구도 불쌍해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버렸다…
ㄴ그냥 징징대지 말고 님이 능력을 키워서 독립을 하세요
이젠 그냥 이런 말 들어야 돼.
아 억울해… 어릴 때 이걸로 동정을 샀으면 몰라 나는 평생 혼다 끙끙 앓기만 했는데 아무것도 안 달라진 와중에 성장한 척까지 해야 한다.
야이 미친 니가 내 인생 살아봐… 이것도 기적이야.
내가 그나마 운이 좋아서 좋은 친구들 만나서 이나마 정신 유지하고 사는 거야.
근데 진짜 뭘 하긴 해야 돼.
얼마 전에 알바 관두고(개것들이 월급을 자꾸 늦게 줘서) 공모전도 떨어지고 투고한 것도 떨어졌다…
…
하놔 인생 왜 이러지…
아무튼 선택지
1) 그냥 취업하기 : 너무 하기 싫은데 어쩌죠
2) 도피 워홀 가기 : 싫어…
3) 투고 다시 하기 : 이게 그나마 나을 거 같다… 근데 또 떨어지면 나 진짜 답이 없는데… 하하하… 어떡하지…
그냥 몇 번을 거부당하니까
글도 도저히 쓰기가 싫어… 근데 일은 더 하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