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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Jun 04. 2022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가지 일

엄마의 독후활동 14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가지 일

스테파니 스투브 보딘 글 팸 드비토 그림



 최근 즐겨보는 주말 드라마에 발달장애인이 나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극 중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쌍둥이 자매 ‘영희’ 역할로 출연하셨죠. 어머, 새로운 연기자인가 봐 했는데,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는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해요. 대사를 살짝 살짝 더듬거리는 것 같은 머뭇거림도 오히려 자연스럽고, 격한 감정신도 훌륭히 해내서 연기를 정말 잘한다 감탄하면서 봤어요. 무엇보다 대사 전달력도 너무 좋았고요. 2회차에 걸쳐 관련된 에피소드가 진행이 되었는데요,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 낯이 여실히 드러나 화제가 되었어요. 남들과 다른 외모로 성형 수술을 고민하는 영희를 두고 “사람들이 쟤를 보고 예쁘다 예쁘다 하면 쟤가 왜 성형수술을 고민하겠냐”하는 장면, 영희를 처음 보고 당황한 주인공의 남자친구가 “다운증후군 가진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학교에서도,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질 않는데 당황할 수도 있지”하면서 사과하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네요. 다른 것 보다 다운증후군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에피소드를 풀어갔던 장면 장면들이 마음에 남았어요. “왜 하필이면 내가”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들이죠. 특히나 부모가 아니라 형제자매라면 그 마음이 더 복잡하겠죠.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참 많지만 전체적인 평을 (감히) 내려보면 그간 상처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장애를 가진 분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진하게 묻어난 드라마였어요.


 드라마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엄마, 다운증후군이 뭐야?” 라고 물었어요. 아이에게 만화나 교육방송 이외에는 다른 매체 노출을 하지 않는 터라 ‘얘가 이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먼저 다운증후군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어요.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가 만나 아이가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잘못된 만남이 일어나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해주었어요. “그럼 어떻게 고쳐야 되는데?”라는 말에, 다운증후군을 치료할 수는 없는 걸로 알려져 있는 병이지만 우리 같은 친구들과 똑같이 활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 가지 일>이라는 책을 보고 질문한 거였어요. 제목만 보고 “동생”과의 관계에 대한 책인가 보다 했는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어요. 어느 날 태어날 동생 아이삭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엠마는 다운증후군이 뭔지 몰랐지만 아빠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죠.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것을 것을요. 아이삭이 태어나면 하고 싶었던 공놀이, 송아지에게 우유 먹이기, 같이 아프리카에 가는 것을 못하게 될까 봐 불안했던 엠마는 아빠에게 동생과 이런 것들을 못하게 되는 건지 묻는데요. 아빠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기다리면 아이삭은 할 수 있을 거라 말해주죠. “아이삭이 다운.. 뭐라고 했잖아요, 그 애가 못하는 게 뭐가 있죠?” 라고 되묻는 엠마를 통해서 장애는 차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라는 간단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요즘 주변에서 장애를 가진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근처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같은 동에도 지체장애를 가진 누나가 살고 있고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 집 형제에게는 발달장애가 있고요. 드라마에 나왔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집 건너 한 집씩 안 그런 집이 없더라” 정말 그렇더라고요. 이전보다 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당당히 살아가기엔 힘든 제약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제3자인 제가 그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여기에서 감히 말할 수도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과 그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은 그들에게 좀 더 따뜻한, 살만한, 힘든 시선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장애와 그 삶에 대한 그림책으로 다가가기 쉽게 접근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해요. 여러분도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 가지 일>로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더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도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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