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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ay 17. 2022

이 땅의 걱정인형들을 위해

엄마의 독후활동 13

수박만세

글 그림 이선미


 오늘 독후감을 써볼 책은 이선미 글, 그림 <수박만세> 입니다. 저희 둘째가 수박 귀신이에요. 여름 내 수박을 달고 살다가, 수박을 먹을 수 없는 계절(사실상 4계절 내내 먹을 순 있지만, 엄마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수박을 사줄 수 있는  착한 가격의 계절은 따로 있으니까요^^)이 되면 아쉬워하는데요. 그럴 땐 보통 수박과 관련된 책을 읽어주는 편이에요. ‘수박 그림책’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안녕달의 <수박 수영장>외에 다른 책이 없을까, 찾아보던 중에 보석같이 발견한 책이랍니다. 아이들의 기발하다 못해 기가 막히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에요.


 수박을 너무 맛있게, 씨까지 같이 먹어버린 아이는 걱정이 되기 시작해요. 수박이 뱃속에서 뿌리를 내리면 어떡하지? 그렇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던 순간, 입 밖으로 수박 잎이 나오고 온 몸에서 수박이 자라기 시작해요. 결국 아이는 다음 날 수박을 들고 학교에 갈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학교에 가보니 살구 가지를 달고 온 아이, 포도 잎과 넝쿨로 뒤덮인 아이가 있었어요! 친구들은 각 아이들의 걱정을 들어주었고, 곧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씨를 삼켜도 별 일 없었다, 과일 씨는 몸 속에서 자라지 못한다 등, 씨앗에 관한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요. 그러자 세 아이들을 감싸고 있던 과일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아이들은 다시 수박을 맛있게 먹게 되었지요.

 

 아이들의 걱정을 수박, 살구, 포도 같은 과일로 표현한 점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수박 씨를 삼켰으니 수박이  속에서 자라면 어떡하지라니요! 너무 귀엽잖아요. 어른들의 생각에는   아닌  같은 고민도 아이들에게는 이렇게나 심각해질  있구나 싶었고요. 저희 아이들도 정말 기상천외한 고민들을 많이 해요. ‘생선 가시가 몸으로  들어가서 궁둥이에 박히면 어떡해?’ ‘스파이더맨이 거미에 물려서 거미가  것처럼 모기에 물려서 내가 모기가 되는거야?’ 같은 고민들.    때에만   있는 기발한 고민들이라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하나 싶을 때가 많아요. 물론 너무 귀여워서 “어머 그러게 궁둥이가 뾰족해져서 이제 눕지도 못하겠네?”라고 장단 맞춰 놀릴 때가 대부분이지만요. 그럴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되는데요. 바로 옆에 있는 형이나 동생이 답을 줘요. “그럼 그냥 가시를 뽑아 버리면 되지~’” “모기로 변하면 모기 약을 먹으면 되지(?)’ 같은 답변들이요. 별거 아니라는   내뱉는  포인트고요.


 오늘 책 속에서의 아이들도 그렇잖아요. 본인이 알고 있는 온갖 지식을 다 동원해서 친구들의 걱정을 어떻게든 해결해주려고 애쓰죠. 아이들은 친구들의 노력에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아이들이 걱정을 표현할 때 엄마로서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가장 좋을까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는데요.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면 아이가 덩달아 심각해질까 싶고, 너무 가볍게 지나가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을 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 것 같고요. 그런데 <수박만세>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게 된 것 같아요.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는데, ~하니까 괜찮아 지더라? 생각보다 별 거 아니더라’라는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지지가 포인트인 것 같더라고요. 아이의 생각이라고 스쳐지나가기 보단 한번 더 눈맞춤 하면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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