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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ay 11. 2022

다시 발레

엄마의 발레일기 12


 오늘은 두 달 쉬었던 발레 수업을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전날부터 골라둔 레오타드에 색깔 맞춰 준비한 스커트, 타이즈를 차례로 꺼내고 마지막으로 슈즈까지 가방에 챙겨 넣었다. 수업 시작 30분 전, 발레 학원으로 향하는 길이 반갑기만 하다.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한동안 발레를 쉬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에서 쉬다 보니 역시 몸이 근질근질. 얼른 휴식기 끝내고 학원으로 가고 싶어졌다. 집에서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긴 했지만 선생님과 함께 하는 운동이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오랜만에 다시 찾은 학원은 여전했다. 연습실의 공기, 반가운 매트, 북적거리는 발레 메이트들의 수다. 가장 좋아하는 자리인 왼쪽 맨 앞자리에 매트를 깔고 몸을 풀어본다. 다리를 쭉 펴고 앞으로 몸을 수그려서 고관절을 늘린다. 다리를 모아 나비처럼 만들어서 허벅지 안쪽을 풀어준다. 그렇게 몸을 풀고 있으면 수업시간을 알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기다리던 수업 시작이다. 간단하게 매트에서 몸풀기부터 시작한다. 목, 어깨, 허리, 다리까지 쭉쭉 늘려주고 나면 복근운동의 시간. 오랜만에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운동을 하니 없던 힘이 솟아나며 몸 구석구석이 풀리고 열리는 기분이다. 땀이 송글 송글 맺히면서 스트레칭을 마무리 한다.


 두 달 넘게 쉬었는데 바로 중급반 수업을 듣기엔 무리가 될 것 같아 초급반으로 신청했는데, 발레를 쉬는 동안 새로운 발레 메이트들이 많이 생겼다. 앞쪽에 바를 세 개, 뒤쪽에 바를 세 개 놓고, 바 하나당 두 명씩, 열두 명이 조르르 자리를 찾아 섰다. 바를 잡고 어깨를 바르게 골반을 맞춰 선다. 플리에, 턴듀, 데가제, 롱드잠, 림바링까지 쭉 바 워크를 해본다. 피아노 선율에 살랑살랑 몸을 움직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 과는 달리 몸은 죽을 맛이지만. 바 워크가 끝나면 후들거리는 몸뚱이로 바를 치우고 센터워크까지 해본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동작이지만 이미 쭈글쭈글 거리는 몸 상태로 하려니 쉽지 않다. 우리 학원 발레 수준이 높은 건가? 초급반인데 초급 같지 않은 커리큘럼. 50분을 꽉 채워 몸을 움직이고 나니 별로 움직인 것 같지 않은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 발레의 맛은 이 맛이지. 근육이 눌리고 조이고 쫄깃쫄깃 조져지는 이 느낌. 다시 발레, 너무 좋다. 앞으로도 계속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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