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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ay 05. 2022

100번째 어린이날

엄마의 독후활동 12

 오늘 2022년 5월 5일은 어린이날이 생긴지 100년째 되는 날입니다. 1923년 5월 1일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만드신 지 100년이 지난 것이죠. (어린이날은 원래 5월 1일이었는데 해방 후 1946년에 5월 5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함께 방정환 선생님이 관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독후감까지는 아니지만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방정환 선생님에 대해 나누고 싶은 점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등 우리나라의 어린 아이들을 위한 많은 활동들을 하신 분이죠. 어렸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방정환 선생님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들었어요. 제가 어린이였던 시절에는 어린이날을 만들어준 고마운 선생님? 아저씨?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선구자였어요.


 아이들은 어른보다 체구가 작고 힘도 세지 않죠. 한 사람의 일손이 절실했던 그때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1인분의 일손도 안 되는 하찮은 존재였을 거에요. 애들을 워낙 많이 낳았던 시대니 하나 하나 신경 쓰며 기르기도 힘들었을 거고요. (물론 예외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니 지금처럼 어린이를 존중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겠죠. 실제로 아이들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하고요. ‘어린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지기 전엔 “애놈”이라는 단어로 아이들을 불렀다고 하니 당시 어린이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알 수 있죠. 이런 배경에서 저는 방정환 선생님이 사회적으로 외면 받던 어린이에 주목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운동에 관심이 많으셨던 방정환 선생님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어린이를 교육하고 바르게 키워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지금은 작지만 10년 뒤엔 청년이 되고 그 청년이 우리 나라의 미래를 바꿀 일꾼이 된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어린이를 바르게 교육하고 키워내는 일에 목소리를 내셨다고 해요.


 어린이를 위해 외국의 유명한 동화를 번안해서 책으로 펴내고, 어린이들이 부를 동요를 지으셨죠.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반달’, ‘까치 까치 설날은~’으로 시작하는 ‘설날’ 같은 우리도 익히 아는 동요들이요. 우리나라의 풍습, 동심, 일제강점기 시절의 비애 같은 것을 주로 노래에 담았던 것을 보면 우리 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어린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이번에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많은 동화들을 극화하여 아이들에게 전하는 활동을 많이 하셨다는 것이예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이 갖은 고난을 받는 우리 민족의 고통을 암시하는 동화들을 주로 연극으로 만드셨다고 하네요. 실제로 배우로 출연하시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데, 어린이들의 슈퍼스타, 아이돌 아니었을까요?


 어린이를 “어린애”로만 보지 않고 “우리 나라의 미래”로 생각했다는 발상의 전환이 참으로 놀랍지 않나요? 어른들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죠. 어린 아이 시절을 지나야지만 어른이 될 수 있는데 왜 아이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인정하지 못했던 걸까요? 어른에 비해 물리적인 크기는 작지만 담고 있는 생각의 크기는 작지 않은 어린이들. 저도 어린 아이들을 그저 작다고 지켜줘야만 하고, 가르쳐야만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을 했네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줘야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또 알고 있는 어린이들.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어린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날마다 어린 아이들의 학대, 방임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밥을 안 먹었다고, 낮잠을 자지 않았다고 어린이들을 때리고 방임했다고 합니다.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도 그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제도들이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나 교육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꼭 아동 학대의 문제뿐만이 아니죠. 까페나 레스토랑에 만 13세 이하의 아이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노키즈존’은 여전히 성행 중입니다. 어딘가에 미숙한 사람을 이르는 말에 어린이를 접미사처럼 사용하는 풍토도 있죠.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골린이’로 부르는 것들이요.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드신 방정환 선생님이 지금의 사태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방정환 선생님께서 왜 어린이라는 단어을 만드시고 무엇을 위해 어린이를 위한 운동을 하셨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일렁이는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 되어 출렁일 테니 잘 지켜 봐주시오” 라는 말을 남겼다는 방정환 선생님을 본받아 앞으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일꾼을 길러낸다는 사명감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존중 받아 마땅한 이 땅의 어린이들, 100번째 어린이날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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