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은 언제 식사를 할까?
비행기가 이륙하면 승객들 음료나 식사를 먼저 내보낸다. 승객들 식사가 끝나면 기내에 불이 꺼지고 승객들이 하나둘 잠이 드는데 승무원은 이때가 식사 시간이다.
승무원 식사는 크루밀이라고 해서 따로 실린다. 만약을 대비해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용으로 여분의 식사가 실리는데 서비스되고 남은 음식도 승무원 몫이다. 그렇다 보니 팀장님 모시고 점심 먹으러 간 직장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비행마다 다르지만 보통 난 승무원 서열 2위쯤 된다. 아니라고? 내가 3위라고?
고위급 승무원(ㅋ)이다 보니 마음씨 착한 후배들이 단가가 비싼 음식, 가령 잡채밥과 스테이크가 있다면 나한테 스테이크를 권한다. 하지만 난 스테이크 맛을 모른다. 하지만 후배들은 자꾸 스테이크를 내 앞에 둔다. 사무장님 스테이크 드세요. 아니야 나 잡채밥 먹을래. 아니에요 스테이크 드세요. 아니야 나 진짜 잡채밥 좋아해. 사무장님 스테이크 좋아하시잖아요?
잡채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뷔페에 가서도 제일 먼저 접시에 담는 게 잡채고, 외할머니가 내 앞에만 수북이 쌓아주는 음식도 잡채다. 앵간한 잡채는 다 좋아하는데 심지어 공장 제품도 잘 먹는다. 오뚜기에서 잡채 컵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 박스째 사두고 비행마다 캐리어에 싣고 다녔다.
나에게 그런 잡채가 기내식으로 실린 것이다. 대한항공 잡채밥의 정확한 명칭은 잡채 덮밥이다. 외할머니가 손주딸 멕이려고 손수 만드신 잡채처럼 면발이 탱글탱글하진 않다. 당면은 살짝 불은 감이 있는데 그 정도 아쉬움을 제외하면 기내식으로는 이만한 메뉴가 없다. 내 기준에 스테이크든 뭐든 잡채밥이 다 이긴다.
최근 어떤 블로그에서 대한항공 잡채밥 먹지 말라는 글을 보았다. 너무 맛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었다. 제발 사람들이 그 글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잡채밥이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
(영화 <넘버 3> 한석규님 저 짤은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