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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Nov 20. 2022

연극 시나리오 쓰기 #1

사다리 타기

 사다리 타기          

배우: 대성, 반달, 유리, 은정, 주영

스텝: 동찬, 연준, 종덕, 지홍, 평호

글: 반달

연출: 병훈          


등장인물: 현수

             민찬(임현수 친구)

            귀염걸

            도도걸

            농염걸          


1


스따삘드 카페 안. 고민이 많은 현수는 긴장한 듯 다리를 덜덜 떨고 있다. 손톱을 깨물며 괴로워한다. 이윽고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더니 펜으로 네 줄을 긋는다. 상큼이, 귀염걸, 도도걸, 농염걸 이름을 적고 줄 사이에 지그재그 가로줄을 긋고 사다리 게임을 시작한다. 상큼이가 오전 11시, 귀염걸이 오후 1시, 도도걸이 오후 3시, 농염걸이 오후 5시로 결정된다. 현수는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쉰다. 민찬이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민찬: 야 인마, 뭐 때문에 일하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는 거야?

현수: 하... 너무 힘들다. 친구야

민찬: 뭐가 빡세?

현수: 너도 알잖아. 나 지금 여자 친구 4명인 거. 그동안은 안 겹치게 잘 만났는데, 하필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잖아. 근데 얘네들이 하나같이 내일 만나자는 거야. 크리스마스이브를 같이 안보내면 다들 헤어지겠다면서 말이야. 나 어떻게 해야 되냐? 하..

민찬: 그러게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지? 동시에 만날 거면 너는 딱 2명만 만나라고. 그게 네 수준이야. 그냥 나가 죽어 인마.

현수: 친구야 제발 살려주라. 내가 너 아니면 어떻게 여자를 만나겠냐. 연애의 신, 김민찬! 제발 부탁이다. 나 좀 도와줘!

민찬: 하.. 원수 같은 새끼.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나도 더는 못 도와준다. 이후엔 알아서 해. 알았냐?

현수: 당연하지!

민찬: 일단, 내가 스따삘드 관리팀장이니까 여기로 모이게 해. 여긴 매장이 많아서 동선 하고 시간만 잘 짜면 세 명이든, 열 명이든 안 겹치게 다 만날 수 있거든.

현수: 고마워 친구야. 굉장히 사랑해.     


무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2


스따삘드 카페 앞. 크리스마스 분위기 캐럴 음악이 울려 퍼진다.


현수: 오전부터 상큼이랑 같이 브런치를 먹었더니 벌써 배가 부르네. 상큼이는 집에 잘 보냈고~ 이제 누구 만날 차례더라?      


현수, 공책을 꺼내어 사다리 표를 확인한다.     


현수: 11시에 상큼이는 먼저 만났으니, 앞으로 오후 1시에 귀염이, 3시에 도도걸, 5시는 농염걸이구나. 좋아. 이대로 순서대로만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조아쓰.      


귀염이 등장. 혀 짧은 목소리로 한껏 애교를 부리며 말한다.    

 

귀염걸: 오~빠! 귀염이 왔어요. 귀염이는 오빠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여기 스따삘드 사람 디따 많다~

현수: 귀염이 왔어? 오늘 오빠가 우리 귀염이랑 데이트하려고 근사한 레스토랑 알아봤으니까 기대해!

귀염걸: 너무 좋아요!     


레스토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에 대기명단이 있다. 현수, 대기명단에 쓰여있는 숫자를 헤아려본다.     


현수: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머야? 웨이팅이 24명이라고?! 아이씨, 이따 3시에 도도걸 만나려면 안되는데..

귀염걸: 오빠? 여기 완전 맛집인가 봐! 사람들 무지무지 많네. 우리도 여기서 먹는 거야?

현수: 어?... 그게... 자.. 잠깐만 기다려봐. 오빠 통화 좀 하고 올게.     

현수, 민찬에게 전화 건다.     

현수: 야 인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얘기한 레스토랑 왔는데 지금 웨이팅만 스무 명이 넘는다고! 이따가 도도걸도 만나야 되는데... 이거 어떡하냐?

민찬: 크리스마스이브라서 생각보다 손님이 많은가 봐. 내가 레스토랑에 얘기해서 너부터 넣어주라고 할 테니까 좀만 더 기다려봐.

현수: 알써. 너만 믿는다.     

귀염걸: 오빠! 귀염이는요. 혼자 기다리느라 심심했어요. 이렇게 서 있으니까 다리도 아프단 말이에요. 힝힝

현수: 어... 귀염아. 오빠한테는 계획이 다 있으니까 걱정 마. 대신 오빠가 기다리는 동안 우리 귀염이 다리 주물러줄게.     


현수는 귀염이 다리를 주무르며 주변 눈치를 살핀다. 안절부절 초조해한다. 얼마 뒤 레스토랑에서 현수의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현수는 서둘러 레스토랑으로 입장한다.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오고 식사를 한다. 현수의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보고 당황한 현수.     


현수: 귀염아. 오빠가 갑자기 속이 안 좋네. 오빠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먼저 먹고 있어.

귀염걸: 귀염이는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

현수: 알 써 알 써, 오빠가 얼른 다녀올게. 좀만 기다려.     


레스토랑을 나온 현수, 전화를 받는다.     


현수: 여보세요?

도도걸: 나야. 지금 어디야? 나 스따삘드 도착했어.

현수: 뭐?! 버... 벌써? 아직 2시 30분밖에 안됐는데?

도도걸: 응. 생각보다 일찍 왔네. 나 지금 어디로 가면 돼?

현수: 아.. 내가 지금 스타필드 근처거든. 길이 좀 막히네ㅠ

도도걸: 머야? 미리 와 있어야지. 나 지금 정문이야. 오래 못 기다리니까 빨리 와. 알았어?

현수: 어! 그래. 얼른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민찬에게 전화한 현수      


현수: 야, 나 지금 클났다. 레스토랑에서 귀염걸이랑 밥 먹고 있는데, 도도걸이 벌써 여기 도착했단다. 나 어떡하냐? 네가 시간 좀 벌어주라.

민찬: 또 그 작전?!

현수: 진짜 너밖에 없다, 친구야.   

       

3     


스타필드 정문, 민찬과 도도걸의 만남     


민찬: 안녕하세요, 도도걸님 되시죠? 전 현수 친구 민찬입니다.

도도걸: 아, 네. 안녕하세요.

민찬: 현수 기다리고 계셨죠? 현수가 도도걸님 기다리는 동안 스따삘드 구경시켜 드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제가 여기 스따삘드 관리팀장이거든요.      


도도걸은 민찬을 한차례 쓱 훑어본다.      


도도걸: 아, 그래요?

민찬: 이쪽으로 가시죠.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도도걸과 민찬, 구찌 매장 앞을 지나다가 멈춰 선다.     


도도걸: 어머, 저건 못 보던 건데. 신상인가 봐.

민찬: 구찌 좋아하시나 봐요?

도도걸: 이쁘잖아요. 제가 구찌하고 잘 어울리거든요.

민찬: 크리스마스 선물 아직 안 받으셨죠? 제가 현수한테 도도걸님이 구찌 좋아한다고 귀띔해 드릴게요. 하하하.

도도걸: 아, 네에.

민찬: 매장 한번 들어가서 같이 구경해 보시죠.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하하하     


민찬과 도도걸은 구찌 매장 안에서 물건들을 구경한다.

이때, 농염한 차림의 옷을 입은 농염걸이 구찌 매장으로 들어온다. 같은 진열대에서 물건을 보던 도도걸과 농염걸이 동시에 한 가방을 집는다.     


농염걸: 내가 먼저 잡은 거 같은데?

도도걸: 그럴 리가요.

농염걸: 이쁘고 젊은 아가씨가 왜 이러실까~. 양보해 줘요.

도도걸: 안돼요. 이건, 제가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던 거예요.

농염걸: 이러면 곤란한데?! 너, 지금 내가 누군지 몰라?

도도걸: 아줌마가 누구신데요?

농염걸: 뭐? 아줌마?! 참나. 여기 매니저 어딨어?! 매니저 나와.

    

당황한 민찬, 이 상황을 중재하고자 도도걸과 농염걸 사이에 선다. 구찌 가방을 집어 든다.   

  

민찬: 왜들 이러십니까. 제가 스타필드 관리팀장입니다. 저한테 말씀하세요.

농염걸: 당신이 매니저야? 나 농염걸이예요. 여기 스타삘드 VVVIP 회원 농. 염. 걸.

민찬: 스타삘드 VVVIP 농염걸님이요?

농염걸: 그래요. 내가 여기서 올려주는 매출이 얼마인지는 알죠? 그 가방, 오늘 내가 사야겠어요.     


도도걸과 농염걸의 신경전 속에 민찬, 도도걸의 눈치를 본다.     


민찬: 도도걸님, 여기 다른 것도 이쁜 게 많은 것 같은데, 다른 가방으로 사면 안될까요?

도도걸: 머라고요? 민찬 씨, 현수 친구라면서요. 그러면 당연히 저를 도와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민찬: 그.. 그렇죠.

도도걸: 그럼 제가 오늘 이 가방 사게 해 주세요. 이 매장에 하나밖에 안 남은 거라면서요.

민찬: 그... 그게...      


민찬, 도도걸과 농염걸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4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귀염걸과 현수   

  

귀염걸: 오빠랑 오늘 먹은 스테이크 너무 맛있었어요. 귀염이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해요.

현수: 귀염이가 행복하니까 오빠도 너무너무 행복해. 이제 귀염이는 집에 가야지?

귀염걸: 벌써?! 근데 오빠, 내 크리스마스 선물은?!

현수: 선물??

귀염걸: 웅. 귀염이는 지금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 시포.     


현수, 주변을 둘러보다 구찌 매장을 발견한다.     


현수: 귀염이 선물 여기서 사줄게. 얼른 들어가서 골라봐.

귀염이: 구찌? 대박. 오빠 최고!


현수와 귀염이가 구찌 매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민찬이 발견한다. 민찬이 현수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현수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내 도도걸과 농염걸이 현수를 알아본다.


도도걸: 야 임현수!! 왜 이제 오는 거야?!!

농염걸: 우리 자기, 나 찾아 여기 온 거야?     


농염걸이 현수에게 달려가 포옹한다. 당황한 현수, 민찬에게 도와달라는 사인을 보내지만 여자들의 실랑이에 이미 진이 빠진 민찬은 고개를 저을 뿐이다.     


귀염이: 오빠? 이 여자는 누구야?

농염걸: 자기야. 자기한테 이렇게 어린 여동생이 있었어? 아주 귀엽다.

현수: 그.. 그게..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직 5시도 안됐는데.

농염걸: 자기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도도걸: 머야 지금 이 상황은? 야, 임현수. 너, 이 아줌마랑 나랑 양다리 걸친 거야?     


귀염걸이 돌변한다.


귀염이: 양다리? 잠깐만. 씨바. 지금 양다리가 아닌 것 같은데?

도도걸: 양다리가 아니면 머야? 세 다리였어?!      


도도걸, 현수의 뺨을 때리고 퇴장한다. 현수, 뺨을 부여잡는다.     


현수: 잠깐만. 그.. 그게 아니라.     

귀염걸, 현수의 반대쪽 뺨을 때린다.     

귀염걸: 존나 재수 없는 새끼.      


귀염걸이 퇴장한다. 현수, 두 뺨을 부여잡고 울먹인다.   

  

현수: 나... 나는..     


농염걸, 구찌 가방으로 현수를 후려갈긴다. 가지고 있던 VVVIP 회원권을 민찬에게 집어던진다.     


농염걸: 니들 내가 절대로 가만 안 둘 거야.     


농염걸 퇴장한다. 민찬, 농염걸을 뒤따라 나간다.     


민찬: 고객님~~ 잠시만요!     


털썩 주저앉은 현수. 가방에서 공책에 그려진 사다리 표를 꺼내 갈기갈기 찢으며 절규한다.     


현수: 나는, 사실 사다리야!!


절규하던 현수는 곧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태연하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현수: 어~ 상큼아. 오빠야. 우리 상큼이 집에 잘 들어갔어요?     


현수, 무대에서 퇴장한다. 캐럴 음악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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