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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n 28. 2023

143. 핀란드

커피 끊은지 29일차

핀란드는 사랑하는 친구가 있는 곳이다. 10년 전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만나 결혼이라는 걸 해서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였는데 그녀는 결국 고국을 떠나 핀란드에 정착하여 멋진 남자와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우리가 떨어져 있던 5년간 그녀는 국제기구 중에서도 남들이 유독 더 부러워하는 곳에 들어가 3년간 일을 했는데 놀랍게도 자의로 그만 두고 나왔다.


"행복하지 않았어."


그녀가 말했다.


"기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


자신의 행복은 국제기구가 아닌 지금의 남자와 아이들이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내가 알던 10년 전의 그녀이면서도 동시에 아니었다. 그녀는 더 강해졌고, 성숙해졌고, 깊이 있고 아름다워졌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타인도 배려할 줄 안다.


"우리는 10년 전에 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그녀가 물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때는 일도, 동료도, 친구도, 남자도 모든 게 그저 혼돈이자 혼란이었다. 우리는 둘 다 20대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데 동의했다. 그때의 그 불안, 두려움, 불행, 부정적인 환경과 분노와 회한 속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20대만 그런건지, 아니면 모두의 20대가 다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론은 모두의 20대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20대에 그런 불안을 겪어보지 않은, 못한 사람은 행복 총량 법칙에 따라 결국 인생 어딘가에서 똑같은 아픔을 겪을 거라는데 동의했다. 삶은 공평하지 않으면서도 공평하니까.


"10년 전의 너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녀가 물었다.


글쎄 10년 전의 나라면.

내가 만약 10년 전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괜찮아.

괜찮다고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결국 다 괜찮아질거야.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해.





그녀는 나를 보며 기운을 얻는다지만 아니, 나야말로 그녀를 보며 내 삶에 더 확신을 얻는다.

나의 과거를, 아픔을 아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계속 나를 지지해주고 이해해주고 지원해주고 사랑해주는데 - 어떻게 인생이 즐겁지 않을 수 있어.




함께 예전처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프로젝트 하나를 같이 하기로 했다.

이 일을 진행시킨지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진짜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래 기록은 20230628 운동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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