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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l 08. 2023

155. 자신감

커피 끊은지 39일차

1.

오늘은 새벽 3시50분에 일어나 다같이 동해를 가서 조금 전에 (밤10시)에 들어왔다. 그래서 러닝은 하지 못했다. 썬크림을 그렇게 발랐는데도 온몸이 다 탔고 목과 팔과 다리와 발이 벌겋다. 그런데 즐거웠다. 하늘이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산도 파랗고. 많이 웃고 떠들고 배가 임산부처럼 튀어 나오도록 먹고 돌아다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침을 흘리고 잤다. 침을 흘리고 자는 일은 고3 이후로 처음이다. 집에 도착해서도 헤어지기 아쉬워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어 맥주 한 잔만 마시고 바로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쓴다.



2.

자신감에 대해서 생각했다.


왜 저 사람을 멀리하고 싶지,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좋은 사람인데- 스스로가 이해 가지 않아 한동안 꽤 고민했었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그건 그 사람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3.

예전에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멀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특히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은 자신감이 없는 여느 사람들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 오랜 시간 내가 왜 이 사람을 멀리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거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주로 자기 비하, 남 비하, 부정적이고 불안하고 불행한데, 이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남을 비방하지도 않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4.

이 사람은 자신의 자신감을 타인으로 채우려는 사람이었다.


나를 통해, 그리고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가서 스스로의 자신감을 채우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멀리하고 싶었던 거다. 나는 누군가의 통로가 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부서지고 느려 터져도 결국 혼자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 사람을 본능적으로 멀리하고 싶었던 거였다.



5.

나는 '함께', 같이 더 멋지고 좋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거지, 누군가의 구원이 되어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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