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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이 Jan 06. 2023

어떤 숫자는 너무나 폭력적이다

8년이 지나 다시 마주한 참혹함

 세월호 참사 당시 나는 스무 살이었고 대학교 신입생이었다. 친구와 원룸에서 함께 살았는데, 우리는 학교에 갈 준비를 하다 말고 뉴스를 보다 배가 침몰했으나 전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본 뉴스는 참혹했고 아직도 그 상황을 잊을 수 없다.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 교사들과 여행객들은 이름 대신 ‘~ 번째 사망자’와 같은 숫자로 불렸다. 빠르게 올라가는 사망자 수를 보며 숫자가 저렇게 폭력적일 수 있구나 처음 느꼈다. 대부분 나보다 고작 두 살 어린 학생들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다가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테지.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후 8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난 대학을 졸업했으며, 신분이 바뀌고 사는 곳이 바뀌고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달라지지 않았나 보다.


어떤 숫자는 너무나 폭력적임을 8년 만에 다시 실감한다.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을 사람들이 하얗게 질려 실려가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핼러윈’을 왜 챙기냐고? 이미 오래전부터 해 오고 있는 핼러윈 축제가 문제였을까? 서양의 축제를 챙긴다며 비아냥대는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즐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냐고 묻고 싶다. 핼러윈을 없애면 사고도 사라질까.


누군가는 사람 많은 곳에 왜 가냐고 묻는다. 공연에, 스포츠 경기에, 축제에, 하물며 출퇴근 지하철에도 그럼 가지 말아야 할까. 인구 최대 밀집 도시 서울에서, 사람 많은 곳에 왜 가냐는 말은 집에만 있으란 말이나 다름없다. 누가 집 밖을 나갈 때 목숨을 담보하고 나갈까. 축제에 가서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아니다. 서울 길거리 한복판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는 거처럼.


사람은 누구나 안전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국가가 있고 사회가 있는 것이다. 사고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예방을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다 함께 이야기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서울에 있는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연락을 했다. 너무 예쁜 청춘들이 가 버렸다. 그들의 가족들, 주변인의 마음은 감히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허망하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수 없다. 생명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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