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이 너의 먹잇감이 되지않길 (3)

나의 형제들

by do Tory

어찌저찌 부모님은 그렇게 힘겹고도 고달프게 우리 사남매를 키워가며 빚도 키워가며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날 아파트에서 모두 같이 생활하게 된다.

그렇게 사남매는 혼나기도, 울기도, 서럽기도, 또는 의지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외동들이 참 부러웠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서로를 의지하기에 사남매는 너무 내게 축복이다.


우리는 우애가 돈독하다. 다른 집안의 남매들을 보면 가끔 생존여부만 알린다고 하지만 우린 매일 단톡이 시끌시끌 하다.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 가끔은 미운이야기들이 오가는 방이다.


나는 큰언니가 참 무서웠다. 아빠가 가장 무서웠다면 그다음 무서웠던건 큰언니

우리 큰언니는 공부를 참 잘했다.

공부를 너무 잘했던 언니는 고등학교 내내 심화반(서울대반)이었지만 그해 수능이 너무 쉽게 나오는 바람에 꼬아서 생각해서 상위권 학생들이 전부 시험을 망친 이상한 수능이었다.

우리언니도 그중 한명이 되어 아버지가 "교대나 가라" 라는 말을 욕처럼 하셨다.

그때의 교대는 지금처럼 엘리트들이 가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ㅎㅎ


언니는 그래도 지방이지만 가장 좋은 국립대를 갔고, 전공과 상관없이 집안의 빚으로 인해 학습지 선생님을 꽤 오래했다. 그렇게 하며 번돈으로 아버지 빚을 갚아주고, 집에 급한불을 꺼가며 자신의 청춘을 빚갚는데 보냈다.

언니가 한달에 한번쯤 이탈리안 레스토랑같은곳을 데려가곤 했었는데 같은 동료선생님들과 왔었다고 하며 자신은 이런데 처음와서 뭘 시킬지 몰라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에겐 그런일 겪지말라며 미리 어떻게 먹는지 어떤 메뉴를 시키는지 알려주곤 했다.


가끔 집안의 재활용품이나 아버지의 술병들을 모아서 고물상에 파는날에는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냉면을 먹으러 갔다. 냉면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가지 않았지만 언니는 그때만큼은 자기에게 주는 선물같은 날이라고 생각했었던것같다. 지금도 한국에 나오면 제일 먼저 찾아먹는 음식이 냉면인 언니는 이제는 우리 사남매중에 가장 소녀같고 순수하다.


둘째언니는 큰언니와 비슷하지만 결이 달랐다. 그래도 대학내에서 이런저런 활동들도 하며 활발하게 보냈고, 언니덕에 다니게된 교회를 통해 나는 페루에서 살게 되기도 했다.

언니가 먼저 아프리카 가나에 다녀왔고 언니의 추천으로 큰언니와 나도 다녀오게 됐으니 우리집에서 개척자 같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우리 사남매 중에 사회활동이 가장 많고 약속이 제일 많다. 같은 배에서 나와도 이렇게 다를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언니와 나는 다르다


결혼을 하고 형부의 지원을 받으며 언니는 타지에서도 더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것같다. 언니는 늘 사람들과 함께 였고 여러가지 활동도 하며 재밌게 지내는걸 보며 한편으로는 사람을 잘사귀지 못하는 나는 부럽기도 하다.


남동생은 한국에서 대학 반년을 다니다 자퇴하고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집은 여유있게 돈을 보내줄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고, 동생은 일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방문판매로 화장품도 팔고, 배달도 하고 닥치는 데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돈을 아끼려 음식을 하다보니 지금은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고 올케보다 살림을 더 잘해서 집안의 가사일은 동생이 맡아서 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종손이라고 오냐오냐 떠받들며 키웠지만 그렇게 두고보지 않았던 누나들로 인해 얼마나 수다스럽고 귀여운지 모른다. 운전하는 내내 옆에서 떠들어 대서 큰언니가 입좀 다물라고 할 정도면 말다했다.


언제나 듬직하지만 순수한 큰언니, 명랑하고 착한 둘째언니, 여리고 여린 남동생..

시선을 바꾸니 모두가 피해자다. 세상의 피해자.

가해를 한 사람은 없으나, 피해를 가진자만 가득하다. 서로를 비난하며 비수를 꼽고, 아픈말을 하며 미워했던 날은 뒤로 보낸다. 그런날도 있었으니 이런날이 온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뒤로 뒤로 미뤄본다.


나는 세상에서 내 형제만큼 불쌍한 사람들을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내는 이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기특하다. 우리 잘 살아냈다.

이전 02화나의 불안이 너의 먹잇감이 되지않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