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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과 허무함 사이

by 최정식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며 살아갑니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삶의 방향을 정해줍니다. 어떤 이에게는 꿈이, 또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 혹은 성공이 삶을 이끄는 간절한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간절함은 때때로 삶의 활력소가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간절함은 반드시 성취로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간절히 원하던 것이 손에 닿지 않기도 하고, 설령 그것을 얻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퇴색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허무함이 찾아옵니다. 마치 모래성처럼 공들여 쌓아 올린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 들며, 삶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공허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허무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을 왜곡하는 힘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간직해 온 목표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무기력에 빠지거나 새로운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합니다. 어떤 이는 극단적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간절함이 컸던 만큼 그 대상을 잃었을 때의 충격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허무함을 마주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간절함의 대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목표나 욕망은 삶의 일부일 뿐, 삶 자체는 그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간절함이 삶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라면, 허무함은 그것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간절함을 품되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한 가지 목표가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길이 존재합니다. 허무함을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로 바라볼 때, 간절함과 허무함을 넘어 보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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