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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식 Dec 23. 2024

굿모닝 베트남(Good Morning, Vietnam)

“굿 모닝, 베트남!”

주인공 에이드리언 크로너(로빈 윌리엄스)가 라디오를 통해 외치는 그 첫 인사가 아직도 제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그는 전쟁터라는 비극의 한복판에서 특유의 유쾌함과 재치로 군인들의 하루를 시작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유쾌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라는 부조리한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장치로 다가옵니다.


유머는 잠시나마 고통을 잊게 만드는 도구일지 모르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참혹함은 결코 지워지지 않습니다. 웃음 뒤에 감춰진 비극을 알기에, 그의 외침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내면을 드러냅니다. 전쟁터에서 피어난 유쾌함이란, 어쩌면 가장 처절한 저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드리언의 모습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구조와 맞서는 한 인간의 투쟁을 떠오르게 합니다. 체제가 요구하는 무감각한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과 인간다움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그의 내면은 아마도 더없이 치열했을 것입니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자, 고통스러운 현실을 관통하는 외침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굿 모닝, 베트남>>은 단순히 전쟁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 속에서 삶과 가치를 묻는 질문을 던집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가치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의해야 할까요?


유머와 비극,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깊은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킵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결국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부조리에 맞서려는 작은 용기 아닐까요?


에이드리언의 “굿 모닝, 베트남!”이라는 외침은 어쩌면 전쟁 속에서조차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의 다짐이자 희망의 메시지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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