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빠 빠빠~ 빠, 굿모닝~ 빠빠빠 빠빠~빠아. 굿모~닝.’
부스럭.... 부스럭 밍기적.
“으으으....”
‘어푸어푸 치카치카’
냠냠
띠리릭 쿵.
뚜벅뚜벅
삑.
‘쿠긍쿠긍 덜컹덜컹’
삑. ‘환승입니다.’
'부릉부릉'
삑.
터덜터덜 질질질
털썩
타닥타닥 딸각딸각
꼬르륵
우걱우걱
노곤노곤 꾸벅꾸벅 ‘하~~ 암.’
타닥타닥 딸각
벌떡
후다닥 후다닥
삑.
부릉부릉
삑. ‘환승입니다.’
‘쿠긍쿠긍 덜컹덜컹’
터덜터덜
띠띠 띠 띠 띠리릭 철컥, 쿵.
풀썩
‘후....’
몇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단조로운 나의 일상.
단조로움으로 가득 찬 나날들.
새롭다고 느끼는 건 얼마 전에 맡게 된 무수히 많은 프로젝트와 일거리뿐.
어른이 된다는 건, 단조로워지는 것이었나.
‘금융 치료’, ‘시발비용’ 등으로 사회가 만들어둔 여러 임시 처방 약으로 위안 삼는 것도 이제는 면역반응 때문인지 치료 효과가 점점 무뎌진다.
변화된 일상을 꿈꾸고 다짐하며 잠이든 숱한 지난밤들.
꿈속에서 헤매듯 손에 잡힐 듯 잡힐듯한 나의 미래들.
나의 완벽한 일상 탈출 계획들은 차곡차곡 책장 한 칸 한 칸 쌓여 늘어만 간다.
땅 속 깊은 곳으로 향하는 퇴근길.
감정이 사라진 듯한 얼굴을 하고선, 귓구멍에 조그마한 막대기를 꽂고 손바닥 크기의 또 다른 세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사회 소음과 교류를 단절하고 화살표의 안내를 받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무수히 많은 흑백 무리.
먼저 앞서간 흑백 무리로 이미 만원인 지하철을 두세 번 보내고 맞이한 나의 순서.
안전 스크린 문 유리에 비친 나의 모습과 나란히 마주 보고서게 된다.
유리 뒤쪽 플랫폼의 어두운 공간이 투영되어 비친 탓인지 마주한 내 모습은 온통 어둡다.
어두운 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다.
눈동자, 머리, 옷, 신발 모두 시커멓다.
‘겁이 난다.’
검은사람이 무섭게 이곳을 쳐다본다.
익숙한 모습이지만 내가 아닌 듯.
‘불편하다.’
공허한 눈, 굳은 입꼬리 시종일관 같은 표정을 유지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서슬 퍼런 기운에 뒤를 돌아본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흑백 무리가 얼기설기 늘어서 있다.
다시 앞을 본다.
유리 속 검은사람도 다시 앞을 바라본다.
‘두렵다.’
다른 사람이길 바랐는데.
피할 곳 없이 마주하고 말았다.
이렇게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유리문 안쪽에선 아무 말이 없다.
다음 열차의 불빛이 들어차며 플랫폼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검은사람은 있던 자리를 내어주며 짧았던 대면식은 끝난다.
‘쿠긍쿠긍...’
저벅저벅 저벅저벅
띠띠 띠 띠 띠리릭
철컥, 쿵.
‘후....’
머리를 현관문에 기대어 현관에 우두커니 서 가쁜 숨을 길게 내뱉는다.
왈칵 쏟기 듯, 도망쳐 쫓기듯, 열차로부터 멀어지려 내달려왔다.
‘쿵쾅쿵쾅 쿵 쿵 쿵’
심장은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이제야 굳었던 피를 서둘러 온몸으로 내보내려 하는지 바삐 요동친다.
검은사람.
검은 눈동자. 굳은 몸.
분명 나였다. 암흑 속에 갇혀 검은색으로 물들어 색을 잃어버린 나.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외면했던 불편한 안쪽 깊숙이 묻어뒀던 내면.
불편한 시선을 피하듯 난 또 그래왔듯 외면했다.
‘말이라도 걸어볼걸 그랬나.’
‘괜찮냐는 안부를 물을 걸 그랬나.’
‘먼저 웃어 보일걸 그랬나.’
의미 없는 뒤늦은 생각들로 머리를 채운다.
‘괜찮아.’
‘진짜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검은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