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내가 없다
난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귀가하려고 버스를 탔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렸다
그래, 운동 삼아 걷지 뭐
지하철에 올라탔다
뭔가 이상하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내리니 마침
역방향으로 전철이 떠나려 한다
또 재빨리 올라탔다
아이고야!
이것 또한 엉뚱한 데로
가는 거였네
한 코스를 간 뒤
맞은편에서 타려 하니?
이것 또한 뭔가 이상하다
사람들이 방금 내린
전철에 앉아 있다
다시 그곳이 원점이 되어
왔던 방향으로 출발이다
아침에 출근하려니
애마가 또다시 말썽을 부려
톡톡히 대가를 치렀다
칠순 세월 걸은 늘근 몸뚱이나
이십 년 얹저리에 굴러간
늘근 철마만 딱한 게 아니다
두 개다 버리지도 못한 채
바꾸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내 늘근 짝꿍도 딱하다
그래도 살아야지
열심히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는 눈부신 날들이 아닌가
* 김포공항역에는 다섯 개의 노선이 있었던가? 어제 화를 낼 수도, 울 수도 없는 착잡한 기분에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