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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대학원 입시(3)

서울대학교 대학원 면접 후기

by Hee

서울대학교 법학과 박사과정 2025년 전기 입학을 위한 면접은 2024년 10월 25일에 진행되었다.


로스쿨 입학 면접, 취업 면접(대기업 법무팀, 로펌)등 면접에 수차례 임한 경험이 있지만 면접이라는 것은 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 서울대학교에서 면접에 대한 정보(몇 분 동안 진행되고, 몇 명의 면접위원이 들어오는지 등)를 아무것도 공식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나는 나와 같은 지도교수님의 지도 학생(변호사님)을 소개받아 그 분께 물어볼 수 있기라도 했지 그게 아니라면 너무 막막했을 것 같다.


면접 준비

면접 1주일 전쯤에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준비한 답변을 외우기 시작했다. 면접은 짧게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예상 질문도 아래 4가지만 준비했다. 그 동안의 면접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아래 4가지는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유형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1. 자기소개

2. 지원동기

3. 연구계획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운전을 하거나, 샤워를 하는 등 혼자 있을 때 답변을 소리 내어 말하며 연습했다. 더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과 면접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피드백을 받거나 혼자 녹음을 해서 다시 들어보는 걸 테지만 일이 바쁘기도 했고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얘기를 믿고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좀 대책없는 스타일임 주의).


면접 당일

서울대학교는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자차로 이동했다. 재학생 말로는 주차가 비싸긴 하나 주차 자리가 많다고 했다. 반차를 내고 12시쯤 출발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긴장이 되어서 연차를 내고 일찍 11시쯤 도착했다. 면접은 법대 건물인 17동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찍고 따라가다가 목적지 조금 못 가서 주차 자리가 보이길래 바로 주차를 했다. 나중에 보니 법학관 바로 근처에도 주차장이 많은 듯 했다.


오랜만에 대학교 학식이 먹어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법대 근처에서는 '자하연' 학식이 맛있다는 얘기가 많아 자하연으로 갔다. 자하연은 2층에는 학생식당, 3층에는 교직원 식당이 있는데 둘 다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가보니 점심 시간 즈음이라 2층은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너무 쌩블랙 면접 복장으로 입고 있기도 했고 젊은 친구들이랑 같이 줄을 서 있기가 다소 머쓱하여 3층으로 갔다. 3층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식권을 살 수 있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만원 이상으로 아주 저렴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나 때는 교직원 식당이라도 만원 안 넘었던 것 같은데 서울대학교도 런치플레이션을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이런 급식 배식은 학교마다 시스템이 있는데 자하연은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겠어서 식권을 들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더니 배식해주시는 분들께서 안내를 해주셨다. 먹어보니 음식 퀄리티도 괜찮고, 혼밥 하시는 분들도 많아보여서(은근 중요한 포인트) 입학하게 된다면 자주 이용해야겠다 싶었다.

자하연에서 사 먹은 점심

밥을 먹고서는 법대 건물 주변을 산책하면서 계속 면접 연습을 했다. 1시 20분까지 대기실(17동 건물 강의실)에 입실해야 해서 1시 부터는 법대 앞 광장같은 곳에 있었는데 면접을 보는 듯한 사람들이 계속 17동으로 가는게 보였다. 경쟁률이 높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다른 지원자들을 보니 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왜 항상 남들이 나보다 똑똑해보이고 면접 준비도 열심히 해온 것 같은 걸까. 지레 주눅이 들었다.


대기실에 입실하니 더 긴장이 되서 막 심장이 빨리 뛰었다. 다 같이 앞을 바라보고 있는 형태의 강의실이 아니라 동그랗게 배치된 책상에 둘러앉아야 해서 다른 사람들 얼굴과 그 사람들이 뭘 읽고 있는지도 다 보여 더욱 그랬다. 그리고 꼭 면접장이나 시험장에 엄청 두꺼운 책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날도 예외 없이 누군가 그런 책을 들고 왔다. 나도 다음부터 기선 제압용으로 하나 들고 다니던가 해야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나는 인성면접스러운 질문만 준비했고 구체적인 법질문은 하나도 준비를 안했기 때문이었다.


1시 25분 부터는 가지고 온 모든 물건을 집어 넣고 전자기기는 끄라고 안내되었다. 화장실 사용도 금지되었다. 1시 30분이 되니 5명씩 1개조로 면접장 앞으로 이동해서 대기했다. 대기실 바로 옆이 면접장이어서 소리가 좀 들렸는데 조교분이 스톱워치를 들고 계신 듯 했고, 3분 정도 지나 삐비빅 소리가 나면서 타임워치가 울리면 조교분이 면접장 문을 두들겨 다음 사람을 면접장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하는 듯했다. 형식적으로 짧게 진행한다는 게 맞았다.


그래도 그저 빨리 끝났으면 싶었는데 다행히 나는 세번째 대기조라 30분 정도 후에 면접장 앞으로 이동해서 대기했다. 또 다행히 대기조 중에서도 세번째라 앞사람들이 먼저 들어가는 걸 보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 이럴 땐 면접관들은 그냥 동네 아저씨다, 옆집 아저씨야-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드디어 내차례가 되어 면접장 안으로 들어가니 세 분의 면접위원이 앉아계셨다. 듣기로는 타전공 교수님들이라고 했다. 내가 받은 질문은 아래 4가지 였다.


1. 지원동기

2. 전공하고 싶은 분야가 사회적으로 어떤 함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3. 박사과정 졸업 후 무슨 일 하고 싶은지

4. 논문 써 봤는지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느낌으로는 1분 30초 정도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곧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2.번 질문을 빼고는 예상한 질문이라 무난히 대답할 수 있었다. 적어도 밤에 생각나서 이불킥할 답변은 안한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면접 소회

면접위원들께서 다 정확하게 평가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너무 짧게 진행되어서 지원자를 대면으로 본다는 것 외에 어떤 실익이 있으실지 의문이긴 했다. 면접 과정에서 평가사항을 기록하거나 하시는 것도 아닌 듯했다. 서류 심사와 필기시험이 별도로 있어서 다른 평가의 기회가 있기도 하고, 지도교수님께서 추천 여부 결정 과정에서 심도 있는 평가를 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면접 방식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면접은 지원자에게도 학교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인 만큼 15분 정도는 면접위원님들과 대화하면서 지원자도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지원자가 면접 위원과의 소통을 통해 학위 지원에 대한 확신을 더 얻고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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