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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04. 2024

글쓰기의 쓸모를 논하다

 '초등 아이 글 잘 쓰는 법'이라는 주제로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만들고 자료 나눔을 했다. 해당 자료는 초등학생을 데리고 직접 글쓰기 지도를 할 때 사용했던 주제 100가지와 줄 노트 양식이다. 순식간에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꼭 글쓰기를 함께 해보셨으면 좋겠다.


 요즘은 학교에서 일기 쓰기라고 하지 않고 '주제 글쓰기'라는 말을 쓴다. 일기 검사가 인권 침해라는 말이 나돌면서 학교에서 일기 숙제를 내주지 않은지 꽤 되었다. 대신 주제를 정해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똥을 누었는데 황금으로 변한다면?', '몬스터와 무인도에 갇힌다면?' 등등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있는 주제를 때도 있고, 가족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있는 주제를 던지기도 한다.


 그 형태 또한 꼭 일기 형식이 아니다. 삼행시 짓기, 동시 짓기, 편지 쓰기, 메뉴판 만들기 등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권장한다.




 어쨌거나 핵심은 무엇이든 '쓰기'




 글을 쓰는 행위의 가장 쓸모는 그 자체로 '성장 포트폴리오'가 된다는 점이다. 꼭 하루의 일상을 드러낸 글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예전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고, 현재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글 자체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


 하다 못해 책 귀퉁이에 적은 메모마저도 그렇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끄적여둔 메모가 나중에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시간 여행을 불러 일으킨다. 과거의 시간, 과거의 나, 과거의 어떤 사건을 다시 마주한다. 불편하기도 후련하기도 꽤 변한 생각이나 상황에 놀라기도 한다.

 

 분명한 건 사람과 함께 글도 성장한다.




 다음으로 글쓰기의 쓸모를 이야기해 보자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은 반에서 '주제 글쓰기'를 한다. 어느 날 가방에 공책을 챙겨 왔길래 펼쳐보았다. '엄마의 잔소리 BEST 3'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 정리, 신발 정리, 이부자리 정리. 하하하. 정리 3 총사가 잔소리 3인방이었다. 아들은 각각의 잔소리에 이런 의문을 달아두었다.

 1)어차피 다시 가지고 나갈 건데 왜 가방을 방에 넣어야 하지?

 2) 신발도 마찬가지. 어차피 신고 나갈 건데 아무렇게나 벗어두면 왜 안되지?

 3) 이부자리도! 밤에 또 덮을 건데 왜 정리해야 할까?


 그 공책을 본 날 아들이랑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1) 집 아무 데나 가방을 던져두면 걸려서 넘어질 수 있다. 어차피 들고나간다는 생각으로 현관 앞에 가방을 온 가족이 쌓아두면 서로의 가방이나 물건이 섞일 우려도 있고, 무엇보다 발 디딜 틈 없이 지저분하다!

 2) 마찬가지로 신발을 정리하지 않으면 급한 마음에 짝짝이로 신고 갈 수도 있고,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저분하다!!

 3) 이부자리 정리는 세계 부자들이 꼭 아침마다 하는 습관이다. 작은 성공을 쌓고 시작한다는 것! 30초도 걸리지 않는 이부자리 정리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정리하지 않으면 지저분하다!!!!!


 아들은 꽤 수긍을 했다. 아들의 그 글이 아니었다면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은 이유도 모른 체 잔소리라 여기며 억지로 했을 것이고, 나 또한 아들이 그런 마음을 지닌 지 모른 체 내 말만 해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넘어가도 사춘기엔 분명 브레이크가 걸릴 것인데 미리 짚고 갈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배설과 힐링이라는 욕구를 만족시킨다. 쏟아내고 분출하고 나면 마음속 얼룩이 꽤 옅어진다. 가장 좋은 도구로 '모닝 페이지'가 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손으로 휘갈기는 일기다. 어제 내 일기를 아들들이 펼쳐보는 바람에 한 때 사이가 좋지 못했던 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보고 말았다. 윽. 다행히 한 줄도 제대로 읽기 전에 뺏았지만 그 대상이 할머니임을 인지해버려서 수습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이참에 그간 써온 모닝페이지를 모두 갖다 버렸다. 아들들이 정체를 알아버린 이상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내용이 궁금했지만 못 알아볼 정도로 갈겨쓴 글자들도 많았기에 미련 없이 버렸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가기로 한다.


 



#함께성장연구소 #함성글쓰기6기 #책사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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