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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Feb 20. 2022

바다

나의 스승

바다는 푸르다.

푸르다..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라는 뜻이다.(표준국어대사전) ‘푸르다’는 하늘색도 되고 초록색도 된다. 바다색은 정말 그렇다. 구름 한 점 없는 차가운 겨울 하늘처럼 새파란 바다도 있고 숲처럼 초록빛이 나는 바다도 있고 그 중간 정도 되는 청록색 바다도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 어두운 남색 바다도 있고 흙빛 바다도 있다. 바다의 색은 빛의 산란과 흡수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것은 태양광선 덕이다. 태양광선은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 모든 파장의 빛을 포함한다. 이 중 가시광선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이다. 프리즘을 통해 우리는 가시광선의 파장과 색을 볼 수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보라에서 빨강으로 갈수록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데 빛의 파장이 길수록 물체에 잘 흡수되려는 성격이 있다고 한다. 빛이 바다에 닿을 때 파장이 긴 붉은 계열 색은 물에 흡수되고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 색은 바닷물을 통과하여 바닷물 분자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진다. 우리가 보는 것은 태양빛이 가지고 있는 파랑이다. 대부분 바다의 빛은 태양빛에서 결정되지만 플랑크톤의 서식 밀도, 난류와 한류의 흐름, 해저지형, 연안의 진흙이나 침전물 등도 변수로 작용한다고 한다.

바다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저번 주에는 통영, 제주도 강정에 다녀왔다.  바다는 많이 달랐다. 통영에서 먼바다를 보고 싶어 미륵산에 올랐다. 섬이 많이 보였다. 흐린 날이었는데 안개 낀듯한 바다를  놓고 보고 있었더니 보이지 않던 섬이 하나  나타났다. 섬을 품은 남해바다는 신선들이 노니는 차원의 세계를 상상하게 했다. 동양화에 나올법한 풍경이라 그랬던  같다. 나에게 익숙한 바다이다. 신선 때문이 아니라  때문이다. 나는 목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살았다. 목포역와 목포항 사이에 우리집이 있었다. 시내랑도 가까웠는데 그땐 엄청 번화한 거리였다.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배를 많이   있었고  앞엔 선구점, 그물집, 젓갈집, 수산물 가게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활기가 넘쳤다. 지금  동네 주변은 도시재생사업 대상 부지가 되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  하나는 나랑 친해지고 나서  혹시 바닷가 있는 곳에서 태어났냐고 물었다.  친구는 제주 출신이었는데, 나한테 짠내가 난다고 했다. 나는  말이 좋았다. 맞아  짠내가 나는 사람 같아! 그러고 보니 너도  짠내가 나는  같아! 우리의 짠내는 정말 바닷마을 출신이라서 나는 걸까? 속으로 즐겁게 꼬리물기 혼잣말을 했더랬다. 어릴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전라도 산과 바다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그때  바다는 항상 섬을 품고 있었다. 지금  바다를 떠올려보면 바다가 부지런한 인상을 하고 있다. 바닷가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는 듯했다.


제주도 남단 강정에서 보이는 바다는 태평양이라고 했다. 드넓었다.  바다는  털어버려, 괜찮아라고 말하는  같았다.  넓은 세상이 있어서 너무나 위안이 되었던 20대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 만났던 오키나와 바다도 생각났다. 물과 하늘과 빛만 있던  바다를   녘까지 바라보고 바라봤다.  덕에 한쪽 볼만 벌겋게 기도 했. 20 이후로 일반적인 생애주기에서 벗어나 살아와 불안함이 가득했던  인생에서  바다는  몫을 했다. 20 후반에 다시 수능을 봐서 학부 공부를 시작한 것도, 30살이 넘어 이전과는 다른 분야의 커리어를 시작할  있었던 것도 그때  바다가 나에게 줬던 용기 같다. 바다가 나에게 용기를 ‘줬을까’? 본디 넓은 바다는 주변의 모든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하면서 거기에 있었을 뿐이다. 나도 모르게 배웠던  같다. 저렇게 하면 되겠다. 나를 열고 넓혀서 영향을 받고  줘보자. 흡수하고 반사하고 협상하고 번역하고 정화하고 받아들이고 깎이고 깎고  보자.


얼마 전에 훌라 할 때 연습 도중 선생님이 나에게 내 춤에서 나만의 바다가 보인 것 같다고 했다. 나의 짠내가 흘러나왔나? 나는 어쩌면 조금은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올해 가장 기쁜 일이었다.


참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블로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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