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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Oct 21. 2022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기

우리도 마음처럼 안될 때가 있었잖아요.


친한 동생이 가끔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언닌 아이들 잘 아니깐, 정말 잘 키울 것 같아.

나처럼 화도 안내는 것 같고. 부러워!”


그런데 사실 저는 직업이 상담사임에도,

부끄럽지만 제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잔소리를 퍼붓고

군대 교관마냥 언성을 높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보다도 아이들에게 자상한 남편이 상황을 중재할 때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요즘 주로 화가 나거나 답답해하는 상황은,

아홉살 아이가 하루에 하기로 약속한 학습량을 밍기적대거나,

(수학 문제집 2장입니다. 고자질 하는 거 맞습니다.ㅎ)

쉬운 문제도 집중하지 않고 하기 싫다며 짜증을 낼 때였습니다.


교과학습과 관련된 학원도 전혀 다니지 않는 아이가

이 마저도 안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답답해지고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화가 난 것이었습니다.


‘항상 재미있고 쉬운 것만 할 수는 없다,

해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재미없다고 포기해버리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그렇게 짜증내고 화내면서 공부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등


이런 지루하고 꽉 막힌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깨달았습니다.


‘나는 공부할 때 항상 재미있었나?’


사실 공부를 그렇게 싫어하는 편이 아니었던 저도

정말 공부가 하기 싫고, 재미없고, 힘든 적이 분명 있었습니다.

어쩔 때 그냥 쇼파에서 TV만 보며 누워있고 싶은 적도 있었고,

오늘은 한장만 풀고 끝내고 싶은 날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끊지않고 더 보고 싶고,

밀린 설거지 거리를 보면서도 나중으로 미루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저녁식사를 해야 하는데, 정말 요리하기가 싫은 날도 있고요.


마흔이 코앞인 저도 이런데,

아홉살인 어렸던 저도 이랬는데,


제가 아홉살인 아들에게

이렇게 화낼 일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모든 공부가 어떻게 항상 재미있겠어요.

그리고 공부보다 재미있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엄마인 제가 불안하니깐,

제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깐

그렇게 화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도 못한 채 말입니다.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도 아니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수학 문제집을

그래도 매일 앉아서 풀어보려고 하는데,

가끔씩 문제가 안 풀리면 짜증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화와 짜증을 받아줄 사람은 엄마 밖에 없어서 그러는 건데.






우리도 안될 때가 있었잖아요.

서툴고 미숙하고 포기하고 싶고 주저 앉고 싶을 때도요.


그럴 때 우리가 바랐던 건,

이미 알고 있는 실수를 다시 지적받거나,

호된 꾸지람을 듣는 것이 아닌.


“그래도 너 열심히 잘 하고 있어.

네가 노력하고 있는 것 알고 있어.

그래도 정말 잘 해냈어!

꾸준히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공감과 격려의 메세지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문득 화가 나거나 속상해질 때는

아홉살이었던 어린 나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기' 입니다.


아홉살이었던 나는,

지금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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