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대화(몸이 기억하는 언어)
질문:당신은 꽃을 좋아합니까?
대답:네 또는 아니요
(상대는 직관적으로 본인의 취향을 대답한다)
질문:당신이 꽃을 어디서 마지막 만져 보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대답:정확하지 않지만 일주일 전 길가 서점 입구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상대는 기억을 더듬고 그걸 찾아내 대답한다)
질문:(진짜 꽃을 건네며)이 꽃의 향기를 맡아 주시겠어요?
대답:상대는 꽃의 향기를 맡는다
(질문은 행동을 불러온다)
질문:맡은 향기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꽃이름 말고요
대답:음…향긋하지만 풀냄새가 좀 더 진하고 뭔가 그늘진 곳의 습한 느낌의향??
(상대는 지난 기억과 자신이 묘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방금의 기억과 과거를 매칭한다)
질문:이제 지금 맡은 꽃향기의 기억을 지워보시겠어요?
대답:지우라고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아니, 아주아주 긴 시간 후에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한 것을 지울 수 없습니다
(상대는 당황하고 불가능한 지시에 적극적인 대답을 한다 그렇게 생각이 심어졌다)
며칠 후
질문:지난번 꽃에 대해 대화한 걸 기억하세요?
대답:네
질문:어떤 얘기들을 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대딥:꽃을 좋아하냐 물었고 꽃을 주면서 향기를 묘사해 보라 했고 마지막엔 그 대답을 지우라 했어요
(기억은 그 당시 정확한 모든 것을 갖고 오지는 못하지만 사건을 나름 주관적으로 다시 불러온다)
질문:그때 맡은 향 기억나세요? 어떻게 묘사했나요?
대답:음… 풀냄새 같고 습한 지하실 냄새 같다했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근데 기억은 암기가 아니라 행위와 사건에 관련된 것이다 내가 얘기한 텍스트를 기억해 내는 건 다른 감각이다)
질문:(그때 같은 꽃을 보여주며) 맡아보세요 다시 향기를 묘사하 실 수 있나요?
대답:네! 향긋하지만 풀냄새가 좀 더 진하고 그늘진 곳의 습한 느낌이 든다 했습니다
(몸이 기억한다 대화는 그렇게 오감으로 이어진다)
몸은 감각으로 기억을 불러낸다 우리는 그저 일상의 시간을 사건별로 저장한다
감각의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지울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감각의 기억은 다시 온 그 상황, 사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뇌가 불러오는 기억과는 달라서 찾으려고 노력해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재현과 일종의 데자뷰와 같은 설정으로 재생되기 때문에 애초에 저장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 감각의 대화법을 익히면 기억으로 인한 상처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매번 처음과 같아서 아픈 사건도 행복한 사건도 일회로 끝난다 문제는 감각의 대화를 어떻게 뇌를 무시하고 할 수 있냐는 것인데 이게 아이러니하게도 뇌에 뇌를 쓰지 않게 주문해 반복적 학습으로 나중에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죽는 일을 겪었다 하자 당연히 슬프고 이 사건의 기억으로 매번 우울해지고 절망스러운 기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감각의 대화를 시도하면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죽은 일 자체에 에 대한 공허함과 슬픔 절망을 느끼게 된다 뇌의 기억을 무시하거나 거치지 않고 즉 가까운 사람이 누구였고 어떻게 가까웠고 갑자기 왜 그런 죽는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이 그냥 사건 자체에 대한 것만 감각으로 대화를 한다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똑같거나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몸으로 다시 기억을 해도 그건 역시나 일회성이 된다 몸이 반응할 때 뇌를 거치지 않게 또는 뇌가 무시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이게 바로 감각의 대화, 대화론Ⅱ의 5차원 대화이다.
2026년 마지막 보헤미론 그동안 총 19개를 냈고 앞으로 11개를 더 계획 중입니다 어느 날 무언가를 깨달으면서 정말 삶의 진리를 알아내고 모든 고민을 풀어낼 수 있는 양 기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일상이라는 게 그냥 반복되고 아무리 적어놓고 외워도 망각은 자꾸 일어나고 이건 단순한 깨달음으로 변화가 가능한게 아니고 그런 생각들은 다시 정리해 실천을 반복해야한다 느꼈고 그래서 보헤미론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어도 한편으로는 정말 아둔한 망각의 동물이라 생각하며 왜 이런 면이 있고 그 아둔한 면은 과연 필요가 없을까 생각해 그걸 이론화하는 게 어떨까 했습니다 이제 나름 상처받지 않고 스트레스 없는 5차원 대화를 잘 구사하며 삽니다 2026년이라고 뭐 대단한 변화가 있겠냐하겠지만 이렇게 기억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한번 감각의 대화를 익혀보길 추천합니다 그러면 내년 연말에는 정말 한 해가 가볍게 지나가고 또 새로운 2027년을 편안히 맞아질 것입니다
짧게 인사만 건넵니다 ^^ 안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