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먹고 싶었던 도넛을 사러 갔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바로 앞에 군밤을 파는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가운데 놓인 수많은 조약돌 위에 입을 벌린 밤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앞쪽에는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거 얼마예요?" 어르신께서 반가운 미소로 대답하셨다. "오천 원"
연회색 장지갑에서 천 원짜리 다섯 개를 꺼낸 나는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살게요:)"
하얀 종이봉투에 담긴 군밤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는 항상 그립고 반갑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손을 씻고 엄마에게 군밤을 건넸다. "선물♡"
"이거 뭐야?" 봉투를 열어본 엄마는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와~내가 좋아하는 거네^^"
"ㅎㅎ 엄마 생각나서 사 왔어~" "이렇게 사소한 것도 기억해 주고 감동이야, 우리 딸"
"당연하지~엄마 딸인데♡"
엄마와 나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카페 음악과 모녀의 대화 소리만이 가득한 행복한 풍경이었다.
병원에 돌아온 나는 먹고 싶었던 도넛을 오빠와 함께 나누어먹었다.
한입 베어 문 도넛을 손에 들고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먹고 싶었을까.'
병원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는데, 이번에 도넛이 일주일 동안 먹고 싶었다.
부모님께 말하면 바로 사다 주실 테지만 편찮으시기도 하고 병원까지 거리도 멀어서 말하지 않고 있었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어제는 오빠의 안경이 약간 휘어져서 수리하느라 외출을 했고 간 김에 도넛을 사 온 것이었다. 코로나로 요양병원의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을 지난 몇 년간 겪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나름대로 잘 이겨내고 있다.
저녁에 엄마와 카톡을 하면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사랑해요~우리의 군밤소녀♡"
(군밤소녀는 아빠와 내가 만든 엄마의 겨울철 애칭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