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이 있다. 화창한 4월의 어느 날 온통 푸른빛으로 물든 가파도의 청보리밭길.
바람에 살랑거리는 청보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음 역시 푸르게 물들었을까.
언젠가 그 길을 걷게 된다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녹색에 시력을 맞추고 그 순간을 마음에 담을 것 같다.
녹슬지 않는 녹색에는 생명력이 깃들어있다.
시르죽은 화초처럼 맥없이 걸어가는 사람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기운이 들어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오늘 느꼈던 행복을 꺼내어 함께 나누고 싶다.
오전에 땀을 흘리며 운동을 했다. 한 시간 동안 걷고 삼십 분 동안 근력운동을 했다.
샤워를 하고 싶다고 느껴질 때쯤 간호사 선생님께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어주셨다.
"이거 어떤 보호자분이 사오셨는데 한 잔이 남아서요. 시원하게 드세요."
"앗 감사합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커피를 마시니 맛이 배가 되었다.
이 사소한 행복이 오늘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매일을 가파도의 청보리밭을 거닐 듯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마음일 것이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늘 행복하다고 느낀다.
녹슬지 않는 마음 하나를 보물처럼 품고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