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일락 Jun 18. 2023

슬기로운 병원생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모처럼 평온한 일요일 오전이다. 이번 주에는 병실에 새로운 환자도 안 들어오고 밤에 잠도 잘 자서 컨디션이 좋았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병원생활이라는 게 그렇다. 1인실에 있지 않는 이상 언제 어떤 환자가 내 옆에 들어올지 모른다.

그래서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각자 환자만 잘 보면 될 것 같지만 막상 한 병실에 있다 보면 마음을 맞춰 나가야 할 때가 많다. 냉장고, 옷장을 분배하는 문제부터 화장실, 전화 소리, 대화소리, tv 등.. 이 문제들에 예민한 사람이 들어오면 서로가 힘들어진다.


"이런 부분을 신경 쓰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반대로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밥 먹고 한 시간 전에는 절대로 눕지 않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사 후 5분도 안 되어 누워서 간식으로 떡을 먹는 사람이 있다. 식판을 들고 가다가 병실 바닥에 흘린 국물을 닦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싱크대 아래의 보이지 않는 수납장까지 정리하고 닦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면도기 소리는 오케이이면서 다른 사람의 전동 칫솔 소리에는 핀잔을 놓는 사람이 있다.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 타인보다는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그 중간인 사람 등. 문장으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들의 생김새만큼 성격도 다 다르다.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4인실에서 생활하며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옆자리에 치매 할아버지가 들어오셔서 밤마다 잠을 못 잤던 일이다. 밤만 되면 침대 난간을 붙잡고 흔들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셨다. 그 소리가 마치 천둥과 같아서 심장이 벌렁거리곤 했다. 잠을 못 자니 머리가 아프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그때 소원이 밤에 잠을 푹 자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잘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아침이 행복하다.


4년 동안의 병원생활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

사람들과 너무 잘 지내려 할 필요도 잘 안 지내려 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질 것.

그저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하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는 기꺼이 도와줄 것.

그러나 내가 너무 힘들 땐 견디기만 하지 말고 말할 것.

배려한 만큼 배려 받기를 바라지 말 것.

나도 나이가 들고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


이 생각들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병원 생활을 해나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