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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담유리 Jul 26. 2020

무기력함을 벗어나는 중입니다

육아의 무기력증 벗어나기

 <최근 자주 접하게 되는 무기력증, 현대인의 가장 위험한 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무기력증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무기력감, 회의감,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의 일련의 증세를 말하는데 우울증의 초기 증상 또는 동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 네이버 뉴스    


 

 나는 이 무기력증을 육아를 통해서 겪었다. 육아 우울증과 함께 동반되어 무기력증을 경험하다 보니 남들보다 좀 더 심한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귀찮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졌다. 기력이 없고, 몸이 축축 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몸이 땅속으로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루 종일 하는 것 없이 멍한 상태로 무의미하게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야말로 베란다 밖을 보며 멍 때리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다. 늘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어차피 안 될 거야’, ‘나는 뭘 해도 안 돼’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더욱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자신감을 잃었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싫었고, 혼자만의 고립된 생활을 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늘 마음은 조급했고, 불안했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고, 과민하게 굴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늘 피곤함이 느껴졌다. 가만히 있다가도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 되면 불안한 마음에 폭식과 과식을 반복했다. 누가 봐도 답답하고, 이상한 은둔 생활을 하면서 혼자 고립되어 힘들기만 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육아를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무기력하게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 그 상황에서는 전혀 의욕이란 것이 생기지 않았고, 그냥 물 흘러가듯이 매일매일 무기력하게 보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첫째 아이가 8살이 되면서 내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가 농촌 유학을 가고 난 후 나름 마음속에 여유가 생겨나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죽겠다 싶었다. 아이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고,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늘 근심거리가 되었던 나의 무기력함. 내가 마음먹지 않으면 헤어 나올 수 없을 거 같아 굳게 마음을 먹었다. 오랫동안의 무기력한 생활은 이미 습관처럼 물들어 있어 벗어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내 생활 패턴부터 나의 감정 상태까지 바꾸어야 했다. 아무런 계획 없었던 내가 처음으로 한 것은 다름 아닌 유튜브와 강연을 듣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들었지만 책 읽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책을 읽어주는 북 튜버의 강의를 유튜브로 들으며 그동안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책의 내용을 들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육아를 하는, 혹은 육아와 함께 자기 계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계발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도 들었다. 나도 육아를 벗어나 변화도 하고, 성공도 하고 싶었기에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존경하는 강사들의 좋은 강연 소식이 있으면 먼 곳이라도 찾아가 들었다. 나와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존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는 것 자체가 왠지 모르게 설레고 좋았다. 절에 가서 석가모니 불상을 보고 기도하는 것처럼, 성당에 가서 성모 마리아상을 보며 기도하는 것처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믿음이 생겼다. 강연장에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았다. 같은 마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그곳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오는 날이면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강연을 통해서 아는 사람들도 하나, 둘 생겼다. 그 사람들을 통해 더 많은 정보들을 얻었다. 주부로서, 경단녀로서, 육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솔솔 했다. 블로그와 인스타를 시작했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알면 알수록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사람들을 통해, 그 사람들의 말을 통해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가면서부터는 부쩍 나의 활동들이 많아졌고, 내게 꿈도 생겼다.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한 배움의 시간도 많아졌다. 변화하고자 마음먹고 시작하니 점차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8년의 육아를 통해서 혼자만의 외로웠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 아팠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이 전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뿐이다. ‘그 시간에 책이라도 읽었다면, 그 시간에 무엇이라도 시도를 해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일찍 무기력증에서 벗어났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보내 버린 8년이라는 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속상하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나는 이제 꿈을 향해 배우고, 강연을 듣는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긴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 자신을 움직인다.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무기력함을 벗어나면서 나의 생활은 활기차 졌고, 바빠졌다. 생각이 바뀌면서 작은 행복들도 느껴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많은 것들을 도전하고 배우면서 나라는 자아를 다시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누구든 무기력증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육아를 하면서 많이들 겪게 되는 듯하다. 무기력해 보이는 육아맘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무기력증을 겪고 있다면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무기력증은 본인의 의지로 벗어날 수 있다. 무기력증이라 의심된다면 우선 움직여야 한다. 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보길 바란다. 내 생각 말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험담을 들어보면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무기력증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세상 밖은 참 할 일이 많다. 좋은 사람도 많고, 좋은 일들도 많다.’ 내가 한 발 내디뎌 밖으로 나오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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