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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담유리 Apr 11. 2020

첫아이라 좋은 것만 주고 싶었다.

아이의 변화와 엄마의 성장은 함께 걷는 발걸음이다

첫 아이라 좋은 것만 주고 싶었다. 남들보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좀 더 특별한 아이가 되길 바랐다. 아이가 커가면서 할 줄 아는 것들이 많아지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다그쳤다.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목줄을 걸어 끌어당겼다. 때로는 무서운 사감 선생님처럼 굴기도 했다. 싫어하는 아이를 강압적으로 몰아세웠다. 좀 더 엄한 엄마가 되어야 했고, 똑똑한 엄마가 되어야 했다. 힘들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아이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내 뜻대로 아이를 주무르려고 했다. 어리석게도 그 모든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 굳게 믿었다.



 우리 아이는 에너지가 넘쳤다. 활동하기를 좋아했고, 답답한 교실 공간보다는 야외 활동에 더 적극적 이였다. 호기심이 많았고, 그 호기심이 의도치 않게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었다. 감성적이고 마음이 약한 아이라 작은 일에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상처를 받으면 울분을 토하는 아이였다. 남들이 보기엔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하며, 까칠한 아이로 보였을 것이다.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된 정서불안장애 ‘ADHD’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아동심리센터나 병원의 권유를 받기도 했다. 아이에게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못 할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세상의 답안지로 채점한다면 우리 아이는 그저 오답뿐 인 답안지나 다름없었다.     



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고 인정해주고 싶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쳐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농촌 학교로 보내, 시골 생활을 하도록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농촌 유학 중인 아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센터 생활에 적응을 잘했고, 학교생활 또한 별 문제가 없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잠도 잘 잤다. 몸은 더 건강해졌다. 또한 계획에 따라 수업을 듣고, 오후 특별활동을 하고 그 외에 남는 시간에는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다. 아이는 매일 같이 본인의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했고, 즐거워했다. 병원을 가지 않고도, 아동심리센터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도 문제로 여겨지던 아이의 단점이 서서히 좋아졌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랑으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아이의 ‘감정의 그릇’을 다 채워주지 못한 것이다. 그 속에는 나의 건강상태가 한몫을 했다. 늘 빨간불이었던 나의 몸 상태가 사랑의 결핍을 만들었다. 아이는 감정 그릇을 채우기 위해, 관심을 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난폭한 행동을, 그릇된 행동을 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엄마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변해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습관이 되어버린 내 행동이나 말투가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좋은 말투로 말을 하다가도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혼내기도 했고, 아이를 안아주고 잘 토닥여주다가도 피곤하면 아이를 밀쳐내기도 했다. 엄마는 그대로인데 나의 가슴까지 올 만큼 커버린 아이를 안아주다 보면 이미 훌쩍 커버린 아이가 버거 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기로 했다.


아이가 입학을 하고, 유학 센터에서 생활을 하게 되자 엄마인 내게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큰아이가 농촌 유학 생활로 점점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이니 나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8년, 결혼 생활 9년, 사회생활을 안 한지가 벌써 10년.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아프다는 핑계로 늘 집에서 혼자만의 답답한 생활을 했다. 한 해 두 해 여러 해를 그렇게 지나면서 어느새 나이를 먹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에서 학교에 들어가 이젠 제법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져 아기가 아닌 어린이가 되었는데 나는 늘 그대로였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었다.



엄마의 생각이 바뀌면 아이는 달라진다. 어느 날 들었던 ‘김 미경’ 강사님의 말씀에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고, 생각이 바뀌면서 행동이 달라졌다. 그동안 같이 커피 마시며 수다로 보내던 시간들을 책이나 강연을 들으며 보내게 되었다. 강연을 들으며 무언가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고, 배움의 시간이 늘어났다. 그동안 아이만 보던 주부였던 내가, 아이의 일과가 내 하루 일과였던 내가, 나만을 위한 시간들이 늘어나고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강의 들으러 다니느라 바쁜 시간 탓에 아이에 대해 날카롭게 신경 쓰던 일들이 무덤덤해지기 시작했고, 배움으로 내 삶의 활력소를 되찾았다. 바쁘고 피곤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엄마인 나의 기분이 좋아지니 생활 속에서 아이와의 마찰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엄마의 삶이 행복해지니, 아이 또한 행복해졌다. 나는 지금의 내 삶을 조금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누군가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고, 누군가도 이룬 꿈이라면 나도 내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용기가 생겼고, 그 용기로 도전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배움과 도전을 통해 성장하고 있고, 엄마의 성장과 함께 쑥쑥 자라 날 우리 아이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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