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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담유리 Aug 05. 2020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나에게 ‘꿈’이 있었던가?

 육아 9년, 결혼 생활 10년, 사회생활을 안 한지가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아프다는 핑계로 늘 집에서 혼자만의 답답한 생활을 해왔다. 한 해 두 해 여러 해를 그렇게 지나면서 어느새 나이를 먹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들어가 이젠 제법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져 아기가 아닌 어린이가 되었는데 나는 늘 그대로였다. 해놓은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을 만한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예전에 뭘 했었는지 조차도 잊어버린 지 오래다. 아이만 보며 살아온 10년이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만들어 준 것만 같았다. ‘육아가 이런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했고, 결혼을 후회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고 있는 나를 향해 “나에게 꿈이 있었던가?”를 묻게 되었다.    



‘육아를 하면서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없다. 나는 꿈이 없었다. 아이를 낳고 온전한 엄마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특별히 ‘꿈’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 적이 없었다. 육아를 하는 동안 아이를 위한,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꿈꿔왔다. 하지만 정작 ‘나의 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인 내가, 주부인 내가, 나만의 꿈을 꾼다는 건 왠지 이기적이고, 사치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TV를 보면, 책을 읽으면, 하다못해 가끔 보는 드라마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 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허상인 듯 느껴졌다. 육아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지금 이 상황에서 꿈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상관없는, 남들이 하는 신기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현재의 내 생활에선 아이에 대한 생각뿐, 아이가 아닌 나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조차도 없었다. 초보 엄마라 그저 아이가 전부였고, 아이를 위해서만 생각하고 살아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당연한 듯 말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다. 내 인생이 아닌 아이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나 자신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고 ‘나’는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몰랐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이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내 하루는 가득 차 있었고 여유가 없었다. 늘 벅차기만 했던 나의 육아 속에서 ‘나만의 꿈’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결혼 전에는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작지만 꿈이 있었다. 커리어우먼을 꿈꾸기도 했고, 고급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고 싶기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여행가를 꿈꾸기도 했고, 당당하고 멋지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독신주의자를 꿈꾸기도 했다. 현재의 삶에서 조금 더 발전되기를 원했고, 변화하기를 바랐다. 늘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꿨다. 그러던 내가 꿈이 없다니... 지금의 내 생활 안에만 틀어박혀 미래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꿈이 없는 나의 인생엔 미래가 없었다.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뱅뱅 돌기만 하는 ‘꿈’이란 단어를 찾아보고 싶었다. 일부러 내 몸을 움직여 누군가의 강연을 들으러 다녔고,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천천히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게 가장 중요한 육아와 함께 할 수 있는 나의 꿈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느 엄마들처럼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틈틈이 체험단으로 작은 소득을 냈고, 여러 가지 강의를 찾아서 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책 쓰기 강의를 듣고 배우며, 작가의 꿈을 꾸고 책 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육아가 힘든 엄마들과의 소통 공간을 만들기 위해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고 꾸려나가고 있다. 아직은 작고 사소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지금의 것들을 꾸준히 한다면 5년 후, 10년 후는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나의 꿈은 작가이고, 육아하는 엄마들과 소통하는 강의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랬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었다. 매일 밤 내가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것처럼 말이다. 꿈이라는 것이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꼭 이룰 수 없을지라도,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해 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나만을 위한 것을 말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꿈을 꾸는 방법을... 그동안의 나는 육아라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내게 던진 질문 하나에 꿈을 꾸는 방법이 다시 떠올랐고,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에서의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10년, 20년 후의 그 어느 날까지 크고 긴 꿈을 꾸고 있다. 꿈을 꾸면서부터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이 생기니 그 꿈을 향해 내 발걸음이 옮겨졌다.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더 열심히 배우고 변화하게 되었다. 작은 꿈 하나에도 내가 살아가야 할 의미를 부여해 줬다. 이젠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육아에 지친 당신에게, 사회생활에 찌든 당신에게, 현재의 생활 자체가 힘든 당신에게 권해본다. ‘나의 꿈’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귀찮더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나만의 꿈’을 꾸길 바란다. 내 다이어리에, 내 일기장 한켠에 그 꿈을 적어두는 것도 좋다. 나만의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목표가 되고, 내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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