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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아부지 Aug 15. 2023

사라질 것들을 사랑하는 법

아빠 88일차

엄마 아빠가 신혼시절을 보낸 망원동엘 함께 다녀왔다. 


신도시와 다르게 사람 내음도 있고 공간 구석구석 보는 재미가 있단다. 옛날 시장은 정돈된 상가는 아니지만 구경하는 맛이 있지. 상품은 다채롭고 오가는 사람들도 다양해. 살 때는 곁에 두고 몰랐는데 떠나보니까 아기자기하고 눈길을 끄는 것들이 많아 참 좋다 싶었지. 늘 곁에 있을 때는 잘 모른다. 


갖고 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항상 거기 있는 것들이라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것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것, 신기한 것, 내게 없는 것들을 좇아 가는 삶이 많지. 아빠도 예외는 아닐 거야. 늘 곁에 있는 것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옆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휘발되기 마련이다. 아니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들이지. 


꼭 물건이나 사람에만 해당하지 않아. 이 순간, 찰나같은 시간들이다. 곧 없어지게 되는 일들이야.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자주 하게 되기를. 사랑하는 순간들을 많이 기억하기를. 그 순간이 생을 채우기를. 


망원시장 구경에서 얻은 생각이다. 딸과의 순간들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재밌는 일을 많이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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