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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아부지 Aug 15. 2023

산을 혼자 오르지 않으려면

아빠 89일차


아빠는 등산을 다녀왔다. 북한산 인근 홍제동에서 엄마의 조리원 동기 모임이 있었다. 


누군가 산은 오른 만큼 보여준다고 해서 정직하다고 하더라. 코스를 딱히 정해두지 않고 구기동과 상명대, 이북오도청쪽으로 나아갔다. 걷다 쉬다 하며 비봉에 올랐다. 날씨가 쾌청해 멀리까지 잘 보였다. 덕분에 기분 전환을 하고 왔지. 


오를 때 어떻게 내려오지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혹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내려오는 거야 뭐' 하기 쉽다. 오르는 일이 그만큼 힘들어서 일 게다. 한발짝 내딛는 것이 어떤 때는 세상 무게를 다 지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만큼 중력을 거슬르는 일, 나 혼자 해야되는 일은 무겁고 쉽지 않다. 어떤 일이고 그렇다. 세상만사가 전진하는 데는 쉽지 않다. 그렇다한들 제자리에만 있으면 산을 오를 수가 없다. 힘들어도 천천히 발을 들어올리는 수밖에. 어떤 날은 엉덩이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어떤 길은 나무를 잡고, 바위 힘을 빌어서. 


알고 보면 혼자라고 하지만 나혼자 오르는 일은 아니다. 나무도 바람도 바위도 도움을 준다. 돈을 내면 등산 스틱이란 기구도 도움을 준다. 그러니 쉽게 물러날 필요는 없다. 등산을 하고 달리기를 하면서 홀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게 무섭고 불안할 때가 많지. 그러나 사실은 혼자가 아니란 것. 우리 딸 곁에서 아빠도, 엄마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거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딸은 조리원 동기의 집에서 편안했는지. 벌써 우리 집을 기억하고 향을 알아서 다른 곳에 갔다는 걸 인지한다고 하니 보통 영리한 게 아닌 것 같다. 아님, 애착이 벌써 형성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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