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느림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Dec 10. 2023

만들어줘서 고마운 영화

  평소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예고편을 보면서 '이번엔 꼭 봐야지'를 생각하면서도 개봉일도, 그다음 날도 놓치기 일쑤였다. 이번엔 좀 달랐다.


 역사적 영화가 엄청난 관객을 불러모으는 이유가 뭘까? 어제 저녁 표를 예매하면서 생각했다. 개봉하고 3주가 지났으니 지금은 표가 많을 거라고.


 예상은 틀렸다. 표는 있었지만 맨 앞과 맨 뒤, 양 옆의 가장자리만 남아있었다. 양 옆의 오른쪽 맨 끝자리를 예매했다.


 나의 감상평은 한 줄로 말한다면 '만들어줘서 고마운 영화, 서울의 봄'이었다. 주인공보다 더 멋있다고 생각된 건 감독님이었다.


 '12.12'라는 단어는 역사책에서도 맨 끝에 '성공한 쿠데타'정도로만 알았던 단순무식, 무지한 나에게 살아있는 역사를 알려준 영화였다.


 몸에 좋은 음식은 입에는 인스턴트나 MSG 같은 강렬한 매력이 부족한 게 흠이었다.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대본으로 건강한 내용에 강렬한 매력을 만들었다.


 유익한데 재미까지 있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더니!


 이 영화는 두 번 본 사람이 많은 게 특징이라는데, 그 이유를 알 만했다. 또 하나, 각각의 배역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전두광이 원하는 인물을 포섭할 때, 쓰는 말은 '누군가의 결정적 약점'이었다.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상대의 욕망을 건드려서 내 편으로 만든다는 점에서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새겨볼 만한 장면이었다.


 만들어줘서 고마운 영화, 몰랐던 가까운 역사를 오늘에서야 찾아보았다. 아프지만 일부로 외면했던 역사, 뭔가 복잡하고 지난 이야기 같았는데, 영화는 그날을 '지금'으로 되돌리는 마법이 있다.


 그래서 두 번 보는 특징이 있는 '서울의 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멀어지기 1일 차(영상 중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