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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Mar 25. 2024

그래서 잠

 오늘은 월요일 아침, 노동에 발맞추어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토요일, 일요일 겨우 이틀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뿐인데, 새벽 한 시가 넘어야 잠들던 습관이 어제는 밤 열한 시가 다돼서 깊게 잠들었고,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6시 40분에 저절로 눈을 떴다. 거기다 잠을 자고 난 후에 찌뿌둥하고, 커피 몇 잔을 마셔도 흐릿하던 정신이 전보다는 맑아졌다.


 단 이틀 디톡스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아침이 달라질 수 있다니. 침대를 바꿔도 달라지지 않았던 수면의 질은 커피를 끊고 나서야 달라졌다.


 카페인의 힘은 셌고, 나는 나약했다.


 그렇게 멀쩡했음에도 잠깐의 집중을 위해서 커피를 마셨다. 단 이번에 원칙은 오전 11시 이후로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페인이 12시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짧은 영상을 보았다. 자정을 넘기지 않도록 아침 일찍 짧은 커피만 허용하기로 했다.


 커피를 이틀간 마시지 않았더니 두통에 시달렸다. 하루종일 특별히 일하지 않았기에 몸은 괜찮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머리 뒷부분이 울리는 듯한 증세에 시달렸다. 물론 첫 날인 토요일이 심했고, 이틀 차인 일요일에는 훨씬 덜해졌다.


 카페인이라는 녀석은 정체는 뭘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유혹보다는 두통으로 인한 통증으로 커피를 마셔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커피도 이런데 담배는 얼마나 깊게 뇌 깊숙이 니코틴이 침투하는 걸까?


 맑은 정신은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일단 나의 건강, 특히 불안과 초조함은 늘어난 잠만큼 덜해지기를 바라면서. 


 같은 장면을 보고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나를 인지하게 되었다. 매일같이 뉴스를 보고 읽으면서 세상의 어둠을 많이 알아서일까? 한때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문제였는데 이번엔 지나치게 부정적이라서 문제였다. 


 이번엔 다양한 해결책 중에 하나로 잠을 푹 자기로 했다. 수면부족이 부른 우울과 짜증이 어쩌면 나의 정신 건강에도 카페인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잠을 자기로 했다. 특별히 덜 생각하고, 특별히 더 자면서 마음의 때를 덜어내기로  했다. 다시 월요일, 한 잔의 커피로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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