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 모습은 무섭고 좀 징그러웠어.
털은 다 빠져서 분홍색 피부가 다 드러났고, 너무 말라서 걸을 때마다 갈비뼈가 움직이는 것처럼 속이 다 드러났거든. 거기다 눈은 슬퍼 보이고, 긴 꼬리는 축 쳐져서 사람들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뛰어다니는 널 봤어.
거기다 어디서 다쳤는지 오른쪽 안구는 돌출이 되어 있고, 눈은 빨갰어. 동네에서 너는 '눈 빨간 개'로 불리는 도망 다니는 진돗개였거든.
언제부터 네가 도망 자였는지 그때는 몰랐어. 너무나 흉측한 몰골의 진돗개가 나타났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워낙 먼 거리를 뛰어다녀서 너의 존재는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어. 그래서 우리도 너를 알게 될 정도로.
갈비뼈가 드러난 너를 우리 집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엄마였어. 너의 밥을 챙겨서 몰래 가져다준 것도 엄마였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던 너는 밥을 주었다고 해서 꼬리를 흔들거나 가까이 다가오는 일은 없었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고픈 배를 채웠지.
시골은 밖에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사람들 말로는 너는 밖에서 키우는 강아지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밥도 나눠 먹다가 주인에게 걸려서 매질도 종종 당했다고 하더라. 꼭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너는 덩치가 있다는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목숨의 위협을 당하는 그런 무서운 삶의 강아지였어. 거기다 이 동네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를 동네 한가운데 두고 있어서 아주 위험해. 일반적인 시골과 달리 이 동네는 유기견이나 도망 다니는 강아지에게 특히나 위험한 동네거든.
어느 날 아빠가 길가에 지나가다 목격한 교통사고. 오토바이와 부딪친 너는 오른쪽 눈을 다쳤고, 안구가 반쯤 튀어나오고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해. 그 외에도 다른 사고 역시 아빠가 목격자인 사건이 있었지. 그래서 더 마음에 쓰였는지도 몰라.
집에서 강아지 키우는 걸 너무나 반대한 엄마, 아빠였는데... 어쩌다 너를 자꾸 마주치게 되면서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어. 너의 밥을 챙겨주다가 동네 어린이집에서 신고를 당하던 엄마, 너의 사고를 목격한 아빠는 결국 너와 가족이 되었지.
그렇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길고 험난했어.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너에게 약품을 구해다 뿌려준 엄마를 보고 놀라서 다시는 가게에 찾아오지 않았지. 대신 붕어빵 굽는 포장마차에 들러서, 타서 버리는 붕어빵 몇 개로 하루를 버티고, 한겨울을 살아남은 너.
돌고 돌아서 우리는 가족이 되었고, 넌 두 번째 반려견이 되었어.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던 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쓰다듬어 달라고 들이대는 애교왕자로 변신하기까지, 너의 인생을 유튜브에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야 했어^^;;
너는 이제 여덟 살, 애교왕자가 되기까지 너의 인생을 일부 적어볼까 해. 하늘에서 구한 아이, 하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