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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Jul 07. 2022

7일의 크리스마스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았던 부다페스트에서의 7일

이룬 꿈은 왜 항상 꿈을 이루는 순간이 종결되고 깨닫는 걸까?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라!


언제부터였는지, '크리스마스를 해외에서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말연시', '생일' 등 특정한 날에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꿈꾸고 있었다. 이중에서도 유독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유럽에서 보내기'를 버킷리스트에 담고 있었다. 12월이 되기 한 달 전부터 들떠있는 SNS 속 유럽의 이미지 덕분이었을까, 단지 사진 몇 장과 영상뿐이었음에도 일부 장면들에 혹하여 환상을 품었다. 알고리즘으로 마주하는 유럽 연말 분위기, 연말에 유럽을 꼭 가야 하는 이유 등의 매력적인 제목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을 볼 때면 자동적으로 엄지손가락은 스크랩을 누르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연말을 유럽에서 보내는 날이 오겠지.'라는 작은 희망과 함께. 그리고 깨닫는다. 어느새 꿈꾸던 여행지를 다녀오고 나서야, '아, 내가 여기를 가고 싶어서 저장까지 했었구나.'


어렸을 때부터 간절하게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음을 깨닫는 건 왜 항상 꿈을 이루는 순간이 종결되고 나서부터일까? 가끔은 '내가 품고 있는 꿈이 능력에 맞지 않는 허황된 꿈일까?' 하면서 우울해하기도 한다. 때로는 진짜 이룰 것만 같은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져 에너지를 얻는다. '나의 꿈'으로 인해 하루의 기분이 갈팡질팡하기도,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늘 꿈에 대한 고마움은 뒤늦게 깨닫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번 꿈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에서 연말 보내기',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꼭 가보기' 그리고 '연말연시를 해외에서 보내기'까지 이룬 나의 모습 말이다. 아무튼, 꿈을 생생하게 자세히 꿀 수 있어서, 계속해서 꿈을 키우는 사람이라서, 꿈을 조금씩 천천히 이뤄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작년 2021년 연말은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힘이 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숙소에서 나와 잠깐 걷기만 해도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뿐만 아니라, 밥 먹으러 아무 데나 들어간 식당마다 식당의 분위기에 맞게 꾸며져 있는 장식들,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들, 생전 처음 보는 트리용 나무 시장, 트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끌고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특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대신에, 진짜 나무를 모아 두고 팔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들뜨는 분위기에 따라 나도 조금이라도 이 분위기에 보답하고 싶어서 조금씩 덩어리로 암기한 짤막한 단어들을 보는 사람들에게 건넸다. 그중 제일 많이 활용했던 말은 '캐시넴(고마워요)', '볼 던 코라쵸이!(메리크리스마스!)'였다. "볼 던 코라쵸이(메리크리스마스!)"를 식당에서 만나는 종업원에게,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잠깐 스몰톡을 나누고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말하며 그들의 친절함에 조금이라도 감사함을 표현했다. 


정작 12/25일 크리스마스는 헝가리에서 보내지 못했지만, 헝가리 여행 시작하는 날부터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매일이 크리스마스였다. 그리고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는 어린아이들처럼, 나는 헝가리 사람들의 정을 선물 보따리로 받았다. 딱 하루 크리스마스날 선물 받는 것보다 후자의 것이 백 배 천 배 좋았다. 지금까지 나의 최고의 크리스마스의 순간을 꼽는다면 망설임 없이 '부다페스트의 7일'을 말하고 싶다. 


사진으로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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