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부다페스트 대학생이 될래
세계에서 아름다운 맥도날드 중 한 곳이래!
크리스마스이브 전 날 저녁, '세계에서 아름다운 맥도날드 중 한 곳'에 들렀다. 평소 패스트푸드와 거리가 멀어서였을까, 부다페스트 떠나기 하루 전 날 가장 예쁜 맥도날드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 근처에 유명한 맥도날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스타벅스는 많이 들어봤는데, 맥도날드도 그런 순위가 있구나.' 유명한 맥도날드를 보고 싶어서가 아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주목적을 가지고 향했다.
세계에서 유명한 곳인 만큼,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 드나들고 있겠지? 그런데, "나 여기 있어요! 세계에서 아름다운 맥도날드라고 불리는 곳이요!"라고 알려주는 휘황찬란한 입구는 없었다. 아담한 입구는 '뉴가티역' 근처, 정말 잠시 들려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진짜는 내부에 있었다.
다소 꾸밈없는 평범한 문을 밀고 들어섰는데, '아, 세상에 여기가 맥도날드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초록색 계열의 인테리어와 높은 층고와 돔 형식의 앤틱한, 마치 저번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을 때와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 눈부신 샹들리에 대신, 해리포터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조명 아래 젊은 층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복도를 지나 Mc Cafe로 올라왔다. 정신없이 감탄하며 넋 놓고 있느라, 입구에서 커피 주문을 하러 올라온 사이의 기억이 정말 잘 나지 않는다.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하고, 나의 시야에 맥도날드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세상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맥도날드의 모습은 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유독 좋아하는 색깔로 꾸며져 있어서 마음이 갔던 걸까, 한국과 전혀 다른 구조의 건물과 구조, 외국이라는 요소가 영향을 미쳤던 걸까, 아무튼 부다페스트의 맥도날드까지 마음에 들었다.
때마침 저녁 시간이 물오르는 시간이었기에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끼니를 때우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기차역 바로 근처에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이라는 점, 저렴한 가격을 내고 이 공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이 상상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무방한 파워 N의 성격을 가진 나는 또 상상에 빠져 별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만약에 내가 이 동네에서 살았다면?'부터 시작해 보았다. 그럼 이곳은 나의 아지트가 되지 않았을까. 햄버거는 별로 안 좋아하니 항상 2층으로 올라와서 커피 한 잔을 시켜, 노트북 하나 가지고 가서 타자기를 두두두 치며 글을 쓰고 있을 내 모습을 잠시 그려본다. 그리고 눈이 아프면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길게 늘어져있는 창을 바라보면서 피로를 던다. 또다시 여유를 갖고, 글을 쓰며 나만의 시간 속에 빠지는, 그러다 현지인들과 스몰톡을 나누고 친구를 사귀며 보내는 부다페스트 대학생의 오후가 흘러간다.
이렇게 하나씩 타국에 다시 오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 나의 아지트 후보가 생겨나는 건 정말이지 설렌다. 유독 부다페스트에 그런 아지트 후보지가 많은 건 우연일까, 아님 정말 나와 인연인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