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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Sep 19. 2023

한국 못 가서 하와이 간 이야기

하와이의 가장 큰 섬, 빅 아일랜드로...

섭씨로 40도가 웃도는 불타는 날씨가 이어지고... 올해 우리 가족이 가게 될 그곳을 기다리며 뜨거운 여름을 버텼다. 몇 년 전부터 여름에 1~2주 정도는 차로 장거리 가족여행을 다녀왔었다. 편도 20시간이 넘게 서부로 로드트립을 두 번이나 했었고, 12시간 정도 운전해야 하는 애틀랜타도 다녀왔었다. 사실 올해는 한국에 갈 수 있을 거라 90퍼센트 정도는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 꿈이 좌절되는 순간, '아! 이제는 나도 비행기 타고 멀리 가고 싶다!'는 열망이 올라왔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능한 멀리 날아가서 바다가 아름답고, 자연이 아름다우며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가길 원했다. 그곳은 바로 하와이! 남편에게 슬쩍 내 마음을 비추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나는 바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바야흐로 5월! 11살, 8살, 6살 세 아이들의 여름방학과 함께 예정되어 있던 썸머스쿨을 시작하기 전에 비행기와 숙소를 마무리 짓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두통이 날 정도로 밤낮 머리를 굴려가며 가장 싸고 효율적인 항공편과 숙소를 찾아보았다. 예산이 넉넉하면야 그저 편하게 일정 맞춰서 예약만 하면 되겠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꿈과 환상의 섬 "하와이"를 가려다 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일단 하와이에는 섬이 여러 개 있었기 때문에 어디를 갈지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한 곳을 갈지, 두 곳을 며칠씩 나누어서 갈지, 등등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다 보니 후회 안 할 만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리서치를 한 후에야 목적지를 정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염두에 두지 않았던 "빅 아일랜드" 한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한국 가려고 모아두었던 호텔 마일리지와 체이스뱅크의 UR포인트, 그리고 Amex포인트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8박 9일 빅아일랜드로 가는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은 처음 예약 하고 나서 두 번 정도 변경을 해서 더욱 경제적이고, 더욱 효율적인 스케줄을 짰다. 간단히 호텔 브리핑을 하자면, 1년에 1박을 공짜로 묵을 수 있는 메리어트 35000포인트에 아멕스포인트를 넘겨서 총 82000포인트로 Courtyard King Kamehameha's Kona Beach Hotel에서 2박을 했고, 원래 가지고 있던 힐튼포인트에 모자라는 포인트를 아멕스에서 넘겨서 (아멕스 포인트는 힐튼 포인트로 넘기면 2배로 넘어가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전환인 듯 함) Grand Naniloa Hotel Hilo에서 3박을 했다. 나머지 3박은 아멕스 포인트를 사용해서 나름 가장 싼 곳을 예약했는데, Holua Resort라는 곳이었고 정말 대만족이었다. 나중에 다시 빅아일랜드를 간다면 Holua Resort에서만 쭉~ 일주일 머물다 오고 싶을 정도다. 차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면서 비싼 호텔보다 싼 리조트가 왜 더 좋은지 브리핑을 해보겠다. 이렇게 약 2달간의 준비를 거쳐서(실제로 준비한 건 비행기랑 호텔 예약하느라 머리 쥐어짠 1주일 정도와 짐 싼 3일 정도임.ㅎㅎ) 7월 31일, 우리 가족은 약 8년 만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머나먼 빅 아일랜드를 향해 출발했다.

야심 차게 줄이고 줄여서 싼 우리 5인 가족의 짐보따리.

갈 때는 Alaska Air를 타고 시애틀을 경유하고, 올 때는 UA를 타고 덴버를 경유하는 일정이었다. 항공권을 예약할 때 분명히 4구간의 좌석을 모두 지정했었다. 미리 좌석을 지정할 수 있도록 비행기 요금도 일부러 몇십 불씩 더 지불했더랬다. 워낙 긴 비행이니까 아이들과 떨어져 앉게 되면 큰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일주일 전에 미리 들어가서 항공권을 확인하는데 시애틀에서 코나까지의 좌석이 미정이었다. 선택하고 싶어도 좌석이 없는 것이다. Live chat을 통해서 물어보니 자기가 도와줄 수 없고 달라스 공항에서 시애틀로 출발할 때 게이트 직원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만 믿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달라스 공항 직원도 우리 좌석을 확보해 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시애틀에서 경유 시간이 1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설마 큰일이 생길까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시애틀에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서둘러서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항공사 직원에게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지금 자기가 그거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나 뭐라나... 모니터에 우리 가족 이름이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오버부킹이 이런 것이었나... 그럼 오늘 못 갈 수도 있다는 건가.. 마음이 어려웠지만 큰 내색하지 않고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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