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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Sep 23. 2023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될줄이야

우리집 넷째 Happy를 소개합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쯤이었나. 걸어서 2-30분 정도의 거리를 매일 등하교 했는데 어느날 풀어져 돌아다니는 동네 똥개에게 종아리를 물렸다. 그날 후로도 가끔 멀리서 개가 보이기만 해도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집이 아니었다. 하루는 아빠가 길 잃은 강아지가 불쌍하다고 데려왔었는데 그날 아빠 빼고 온 가족이 너무 무서워하고 싫어해서 바로 그 다음날 데려갔던 일이 있었다.

나는 미국에서 세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는게 싫어서 내가 가진 어떤 생각이 옳고 그름과 관계 없는거라면 구지 강요하지 않았다. 강아지에 대한 부분도 철저하게 숨겼더랬다. 미국은 정말 강아지가 없는 집보다 있는 집이 훨씬 많은거 같다. 딸아이가 아장아장 걸아다닐때 길에서 강아지를 만나면 너무 좋아했는데 만지고 싶어할 때마다 주인의 허락을 구하고 쓰다듬게 했다. 무서운 마음을 애써 감추고 태연한척 개를 대했다. 그랬더니… 우리 딸은 강아지를 정말 좋아했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개도 두려움 없이 대했고 마치 사람을 대하듯 예뻐하고 좋아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기도 할텐데 아무튼 우리 딸의 강아지 사랑이 특별했다. 지인의 강아지가 파양되었을 때도 마치 자기 친구가 떠난것처럼 슬퍼하고 울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딸과는 달리 나는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조금도, 0.000001%도 없었다. 진심으로 없었다. 나는 강아지가 싫은게 아니라 무서웠다고 주장하고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가족 먹고사는 일도 빠듯한데 무슨 강아지를 위해서 돈을 쓰나 싶은 생각도 컸다. 딸아이가 정말 많이 졸랐지만 전혀 요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누가 강아지를 준다고 했는데도 거부했다. 자기 용돈을 모아서 사겠다고 하는데도 나중에 독립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내가 딸을 위해서 정말 큰 결심을 한번 했었는데, 몇년 전 여름에 한국에 다녀오는 지인의 강아지를 2주간 봐주었던 일이 있었다. 요크셔테리아 였는데, 정말 똑똑하고 대소변도 잘가리는 예쁜 강아지였다. 그때 이래서 강아지를 키우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 강아지가 가고나서 둘째 아들과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지만 그때뿐, 그런 강아지는 세상에 하나라고 마음을 다잡고 강아지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잠깐이지만 강아지에 대한 나의 시각이 살짝 바뀌는 계기가 되기는 했었다.

2주간 함께했던 강아지 “구찌”. 이름 한번 럭셔리 하다.

아무튼… 나는 정말 강아지 키울 일은 평생 없을거라고 확신했는데… “해피”라는 녀석이 어느날 혜성처럼 우리집에, 우리 가족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우리집 넷째 해피… 사랑둥이 귀염둥이 해피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사람이 오래 살고 볼일이다. 내가 강아지를 키울 줄이야. 그리고 그 강아지와 사랑에 빠질 줄이야!

옆모습을 봐도 귀엽고, 일자로 쭉 뻗은 윗모습도 너무 귀엽다. 해피가 주는 행복감과 만족감, 그리고 깊은 웃음이 정말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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