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성당
주거단지와 학교로 둘러싸인 강릉의 어느 조용한 동네에 하얀 순백의 건물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작은 미술관처럼 보이기도 한 이 건물은 꼭대기에 얇고 작은 십자가가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비로소 성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당성당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웅장한 고딕양식의 기둥도 없다. 대신,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순백의 벽면이 공간을 감싸며 절제된 형태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시간을 따라 흐른다. 성당의 전체적인 형태는 물고기를 닮아 있는데, 이는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내부 공간은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백색으로, 복도는 죽음을 뜻하는 회색으로 채색되어 건축 자체가 신앙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곳이 자리한 대지는 7m의 고저차를 이루는 경사지다. 건축가는 이 지형을 활용해 성당을 설계했다. 정면에서 보면 단층처럼 보이지만 입구에서 성전으로 들어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낮아지며 공간에 스며드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이동 동선이 아닌 순례의 길을 걷는 듯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성전에 들어서면 천창과 측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은은하게 벽을 타고 흐른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공간과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반적인 성당이 유리를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과 달리 초당성당에는 오직 한 곳에만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주차장을 통해 들어오는 입구 옆, 십자가의 길 마지막인 십사처 근처에 자리한 삼각형 스테인드글라스는 부활의 여명을 뜻하는 최영심 빅토리아 작가의 작품이다. 이곳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차분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빛과 색의 조화 속에서 영혼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경사진 복도를 따라 걸으면 십자가의 길을 형상화한 부조 작품 14처가 배치되어 있다. 입구 왼쪽에서 시작해 복도를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십사처의 기도가 마무리되는 구조다. 이 과정 속에서 방문자는 자연스럽게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복도를 따라 마지막 공간으로 나서면 외부의 동그란 마당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12개의 기둥이 서 있다. 이는 예수의 열두 사도를 상징하는 구조물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기둥들은 성당의 외부 공간에서도 신앙의 의미를 이어간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은 사색의 산책의 시간이다. 순백의 빛을 내는 성당의 거닐며 다층적인 감각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한 장식 없이 공간이 전하는 감각은 깊고 선명하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성전, 완만한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길, 그리고 열두 개의 기둥이 둘러싼 마당까지- 이곳에서는 건축이 단순한 종교적 건축을 넘어 방문자의 발걸음과 시선을 이끈다.
글, 사진 | citev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