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zakka Nov 28. 2024

한 발자국 물러난 자리에 서서

에코스페이스연의(연의생태학습관)




서울의 도심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한적한 동네. 산책로를 따라 보이는 작은 공원 연의생태공원은 빽빽한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한가운데 자리한다. 이곳에 서면 도심의 분주함을 마치 한 발짝 물러선 듯 느껴지고, 계절마다 물결의 높낮이가 다르게 그려지고 바람에 실린 미루나무의 잎사귀가 바람에 흩날린다. 비와 물,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자연과 사람이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된다. 그 속에 자리한 건물 에코스페이스연의(연의생태학습관)은 공원을 품고, 자연에 말을 걸며, 건축이 존재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근린공원을 리모델링하여 조성된 연의생태공원은 유수지 공원으로, 일시적으로 불어난 빗물을 저장해 주변 지역의 침수를 방지하는 자연친화적 도시계획시설로, 계절과 시간이 변화하며 물 수위에 따라 다양한 생태 환경을 만들어낸다. 건축은 생태학습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건축물이 공원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지을 때,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우선시한다. 건축가는 이와는 반대로 공원과 함께 공존하는 건축에 대해 새롭게 고찰한다. 자연에 대해 관찰하고,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되는 이곳은 건물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공원에 시선을 돌렸다. 



공원의 기존 환경, 예를 들어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에 다섯 그루의 미루나무는 제거가 아닌 보존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공원의 경험과 공간이 이어지는 풍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 속 배경처럼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투영됐다. 세 개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공원을 따라 자연스럽게 내부로 들어오도록 동선을 배치해 층 별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원을 조망하게끔 한다. 



건물 내부에 들어오면 실내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공원을 가로질러 계단을 타고 올라와 공원을 거니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는 건물 전체에 모듈을 적용한 바닥패턴, 기둥 간격, 조명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든 결과물이다. 철근콘크리트 기둥 대신 철골 원형 기둥이 슬래브를 지지하고 내부를 가득 채우기보다 비워두며 내외부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방식이 적용됐다.



그러면 단순히 비운다고 다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공원의 경험이 연결되려면 내부에도 경험을 이어 줄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2층의 온실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유리 천장을 통해 빛을 들어오게끔 하여 조명이 없어도 채광과 온실의 생태환경이 보전된다. 온실을 가로질러 나오면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방이 나오고 또 조금 지나면 방이 나와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끊기지 않게 하면서도 방과 방 사이의 길을 강조시켜 공원과의 관계를 유지하게끔 한다.




아이들의 생태학습 배움터이자 놀이터라고 하지만 겉보기에 어린이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를 찾기 쉽지 않다. 채도가 강한 컬러, 장시적인 요소 등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요소를 자제한 대신, 콘크리트가 노출되는 면을 엠보싱 무늬를 부여해 콘크리트를 부드럽고 입체적인 면으로 표현했다. 또한 전체적인 수평, 수직의 비례의 형태에 계단과 난간 일부에 곡선을 부여해 대비를 이루게끔 하는 요소들이 돋보인다. 



건물을 거닐며 공원을 조망하는 건물을 지향하는 공간은 구조물에 방해받지 않은 풍경, 즉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으로 다가와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에코스페이스연의(연의생태학습관)은 단순한 학습관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의 고민이 실현된 건축이자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자연의 쉼터인 것이다. 


글, 사진 | yoonzakka

참고문헌 | 구보건축






- 운영시간

월 - 금 10:00 - 18:00

토, 일 휴무


- 주차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