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성장 중이지 틀리지 않았다.
- 잔소리에 대한 생각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는 고쳐줘야 하고 바른 행동을 할 때까지 끝없이 잔소리하고 지적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랬고 지금도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알려주고 고쳐줘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잔소리하는 자의 속마음은 상대가 틀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래서 듣기 싫은 거고 절대로 상대방의 마음까지 바꿀 수는 없다. 반발심만 심해져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스스로 고칠 일을 잔소리와 함께 그 행동을 평생 가져갈 수도 있다.
잔소리가 심한 사람은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상대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네 존재가 틀렸어, 그러니 나에게 맞춰’라는 공격적 태도다. 그래서 아무리 우아한 말투를 사용하고 다 너를 위해서라고 해도 '나를 존재자체로 인정하지 않는구나'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낌으로서 거부감이 생긴다. 그저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을 본인의 뜻대로 바꾸기 위해 내뱉는 쓰레기 같은 말이 잔소리다. 결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거슬려 불편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때가 더 많다.
최근에 <엄마의 말그릇>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이는 고쳐 써야 할 대상이 아니죠. 아이를 고쳐야 할 존재로 보게 되면 엄마의 말속에 아이는 없고 문제만 남습니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이 가진 기질이나 특성을 미워하게 될 수 있지요. 문제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아이 자체를 귀하게 보는 말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너는 잘못됐으니 고치겠다" 가 아니라 "너는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으니 내가 도와줄게" 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긍정적인 욕구가 숨겨져 있어 아이도 잘 해내고 싶었을 거야”라고 생각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모든 인간에겐 성장의 욕구가 있다. 일부러 잘못된 길을 가지 않는다. 단편적인 겉모습 하나가 부모의 눈에 잘못돼 보일지라도 아이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걸어가며 부모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그 아이가 꼭 경험해야 하는 어떤 것들을 배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내가 듣고 싶었던 지지해 주는 말과 무조건적인 사랑의 말들을 아이들에게 하려고 노력한다. ‘엄마 눈에는 누구보다 예쁘고 멋져’. ‘너에게는 이런저런 좋은 점들이 있으니 그 점에 더 관심을 가져봐’,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네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워, 엄마는 그러지 못해서 후회하고 있는데 넌 다르구나’, ‘운동을 꾸준히 하다니 자신을 잘 돌보게 된 거 같아 기특하다’ 이런 말들만 하려고 노력한다.
'술 마시지마, 담배 피지마, 밤 늦게 다니지마, 인스턴트 음식 그만 먹어, 낭비하지 마, 방 정리 좀 해' 사실 매일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말들이 입에 맴돌때가 많다. 이런 말은 줄이고 좋은 말의 비율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책의 저자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눈물이 납니다. 방금 한 말들이 제가 어릴 적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아이들에게 사랑의 말을 할수록 제 안의 어린아이도 그 말을 듣고 위로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말에 공을 들이고 돌보고 돌아보는 것은 제 마음을 치유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정말 그랬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내가 받고 싶었던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내 마음도 치유되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걸 느낀다.
아이들이 나갔다 들어오면 무조건 뛰어나가 환영 한다. 내가 나갔다 들어올 때 아이들이 나오지 않아도 뭐라 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뿐이다. 내가 그렇게 한다고 아이들에게도 예의범절을 강요하며 마음에서 우러 나오지 않는 행동을 시키고 싶진 않다. 엄마가 그렇게 하니 언젠가 아이들도 마음속에서부터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하면 된다. 안 해도 강요하고 싶지 않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아니 얼마 전까지의 나도 아이가 잘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잘못된 걸 지적하고 고쳐줘야 하는 게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적하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이가 잘못될 것 같고, 남들에게 손가락질받게 될 거라는 망상이 심했다.
내 눈에 거슬리는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는 아이가 그 나이 대에 배워가는 미완성의 모습일 뿐 잘못된 게 아니다. 나 또한 그렇게 완벽하지 못한 모습으로 배워야 할 것들을 떠듬떠듬 배우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고 처음으로 맞고 있는 50대를 당황하며 실수도 하고 우울했다 즐거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70~80대 부모의 눈에는 50대의 자식들이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 일 것이고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냥 각자의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을 뿐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