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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페이지는 나를 흔들고

뮤지컬 팬레터

by 토리가 토닥토닥

동굴에 갇혀있던 시간 동안 오로지 누워만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그 어느 것 하나 의미가 없었다. 그때 내가 한 건 오직 유튜브에 있는 음악을 듣는 거였다. 무작위로 올라오는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들면 한 노래만 몇 달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노래에 빠져들었고, 어느 순간 유튜브는 내 음악 코치가 되어 있었다.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음악 세계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내게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 지금도 자주 듣는 Cage the Elephant, 에피톤 프로젝트, weareshura, Rhye를 그때 알게 되었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검색에 단 한 번도 ‘뮤지컬’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뮤지컬 ‘팬’ 영상을 보여줬다.



팬레터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외국에서 가져와 한국화 한 뮤지컬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영어 단어, 영어 문장의 리듬에 맞게 배치된 멜로디 위에 번역된 한국어가 끼워 맞춰진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아니었다. 노랫말 하나하나 엮인 그 이음새가 부드러웠다. 가슴을 울렸다. 한국말이 새삼 이렇게 고왔던가 싶었다.

레터를 쓴 작가의 감성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개월 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팬레터에 빠진 나날이었다. 오로지 팬레터의 모든 노래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겨울날 내 발걸음은 연강홀에 닿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릎에 파묻었던 고개를 드니 하나둘씩 잊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내게도 힘들었던 순간 나를 버티게 해 준 사람, 사물, 공간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기억상실에 걸린 것처럼 떠오르지 않았던 거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해 준 팬레터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지금은 브런치 작가의 말들과 글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삶을 버티게 해 주는 말과 글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song#3, 아무도 모른다. (해진)

글 밑에 숨겨둔 깊은 마음을 읽는 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글 속에 숨은 마음까지 알아차리시는 데에 감탄합니다.

나와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을

song#18, 해진의 편지

너의 말들로 그때를 내가 버티었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필력이 부족하여 글 밑에 깊은 마음을 숨길 재주는 없습니다. 당신의 글들과 함께 내가 살고 있습니다. 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목의 글과 가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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