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레
보통 화려하고 삐까 뻔적한 것에 주로 눈이 간다.
이런 것들은 대개 요란하다.
설혹 고급스러움과 더해져 차분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작정하고 현혹시키려는 마음으로 미루어 봤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실 없이 화려하기 만한 것들을 보자면 일부 핸드폰 대리점을 닮아있다.
맥락 없이 크게 틀어진 인기 차트의 곡,
휴식 시간 없이 신들린 듯 춤추는 풍선 인형,
사장님의 정신 상태(사장님이 미쳤어요 같은)를 고발하는 형형색색의 포스터에 비해
매장에서 듣게 되는 비싼 가격은(기준 없이 갔다간 비싼 줄도 모르는 경우가 다수이긴 하다.) 최면에 걸렸던 우리를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최근 '피자'라는 음식도 지나치게 겉모습으로 우릴 꼬시려고만 한다. 도우 위 토핑으로 누가 화려하고 자극적인 걸 올리는지 경쟁하는 모습은 군비 경쟁을 하는 것 같다.
랍스터가 올라가면
반대편에선 스테이크가 올라가고
시간이 지나면 캐비어나 트러플, 푸아그라가 올라가거나 끝에 다다라서는 값비싼 재료로 층을 쌓아 맛보다는 눈 요깃거리로 위엄을 자랑하는 마천루나 3단 웨딩 케이크를 닮은 피자가 나오진 않을까 싶다.
이런 치킨게임 속 볼라레는 달랐다.
도우, 토마토소스, 바질, 모차렐라 치즈로도 충분했다. 언뜻 들으면 크게 맛있기도 맛없기도 힘든 조합의 영락없는 마르게리따 피자로 보일 수 있지만 아니다.
크게 신나는 음악을 틀고 쉼 없이 춤추게 해 주의를 끄는 건 쉽다.(얼마 안 가 소음으로 신고를 당할 테지만) 반대로 하나의 영역을 깊게 파고들자면 끝이 없다.
회사를 다니거나 일상을 견뎌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끼는 건 꾸준한 집요함이 가장 대단해 보인다는 점이다.
큰 업적을 세운 스티브 잡스도 대단하지만
더 눈길이 오래 머무는 건 주변에서 쉬이 볼 수 있는
20-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버텨온 분들이다.
잡스와 달리 그들의 역사와 고단함은 고독하게 버텨낸 그 스스로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의 결과물들에서만 내공을 지레짐작할 뿐
그 아래 얼마나 많은 인내와 고통으로 밤을 지새웠을지는 모른다.
볼라레의 마르게리따 피자는 그런 집요함으로
꾸준히 쌓아 올린 어느 뚝심 있는 역사의 결과물일 것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볼라레와 잘 어울리는 곡인
John Legend의 Ordinary Peopl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