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메밀 물국수
엘리베이터의 문 닫힘 버튼을 수시로 눌러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회 속에서 다소 더딘 사람으로서의 장점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엿보자면 마음은 그 누구보다 정신없고 급하지만 이를 따라주지 않는 생각의 속도를 가졌을 뿐이다.
여유 = 생각의 속도 X 의연함
남의 시선과는 별개로 스스로가 여유의 방정식 요소 중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더욱 답답하다. 그래선지 실제로 여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묘한 질투심은 물론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괜시리 더욱 과장되게 차분한 사람인 척을 한다.
그럼에도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더딘 사람과 여유 있는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의도 유무와 관계없이 ‘일시정지’가 생긴다는 점
생각이 느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사람이나 혹시 모를 급하게 탈 누군가를 위해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경우를 놓고 보자면 꽤나 큰 차이지만 어쨌든 문이 스스로의 속도로 닫히는 순간까지 여분의 시간이 생긴다.
(버튼 누름의 여부가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실제 엘리베이터를 타면 중요한 문제처럼 보인다. 적어도 서울이라는 도시에선)
더딘 사람 입장에선 의도치 않게 나름의 부산물이 생긴 것이다. 이 부산물은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지점이 되기도 하지만 유용한 지점이 되기도 한다.
늦은 대응으로 인해 곱씹을 기회가 한 템포 정도 발생한다. 순간의 열기에 휩쓸릴 만한 상황에서도 더딘 사고 회로는 강제로 여유가 생긴다. 열기가 조금은 식은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열기에 사로잡혀 제멋대로 반응할 확률은 낮아진다.
더딘 사람으로 살다 보면 작은 디테일들에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달라지긴 어렵다 그래선지 이를 깨닫고 즐기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강남구청 근처에 있는 봉밀가의 평양냉면은 소란스러운 여름을 지나 가을에 먹기에 더욱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싶다. 더딘 사람의 경우엔 의도치 않게 주어진 부산물이지만
어째 맛 자체도 일시 정지를 하며 두고두고 곱씹으며 맛봐야 하는 맛이다. 그게 여유 있는 사람을 위한 건지 더딘 사람을 위한 것인지는 영 신경 쓰고 싶지는 않지만
*글과 잘 어울리는 Mild High Club의 kokopeli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