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행복론(feat. 더 베이커스 테이블)

데일리 수프, 커리 부어스트, 이름 모를 독일빵

by 최석원

워낙 어렸을 적부터, 심지어 지금까지도 나 홀로 집에를 매년 주기적으로 시청한 탓인지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은 여전히 강력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일어난 성탄절 아침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주체가 누구든 누군가는 놓고 갔을 선물 그리고 가족 모두가 소파에 둘러앉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성탄 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자 늘 품고 있는 행복의 장면이다.



이것과 비슷하게 직장인이 되고 난 뒤론 브런치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 환상이 생긴 이유로 보자면 도대체 여유 있는 주말 아침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금요일엔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배터리가 10% 내외로 남은 핸드폰을 급히 충전기에 꼽듯 등을 침대에 뉘었다. 저전력 모드였던 것인지 충전을 한 이후 시계를 보게 되면 어김없이 시간은 정오 너머를 가리켰다.


개인적으로는 닿을 수 없기에 주말 아침은 그만큼 애틋하다. 심지어 주말 아침에 일어나 브런치를 여유 있게 즐기는 모습은 백수나 부지런한 사람들 또는 많은 곳을 둘러봐야 하는 마음 조급한 여행자들만의 전유물 같았다. 애지간히 독하거나 부지런한 직장인이 아니고선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알람을 켜면 되는 게 아니냐 하지만 알람은 브런치의 제1 원칙인 '여유로움’에 어긋난다. 알람을 쓴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미션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집 근처 맥도날드의 맥모닝이 10:30까지로 가혹하게만 느껴지는 내게 여타 30분 넘게 걸려 도착해야 하는 브런치 집은 존재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성탄절의 장면만큼이나 브런치를 '적절한' 시간대에 ‘적절한’ 여유로움을 가지고 먹는 것은 행복을 의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공식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계량화 된 몇 가지 재료의 배합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알람 없이 일찍 눈을 뜨는 것과 같이 아무리 구하기 어려운 재료일지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료보다는 연구원의 태도였다.


태도에 따라 크리스마스는 8월에도 있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12/18이 크리스마스가 될 수도 있다 행복한.

브런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유로움을 형식에 적용해 보자면 굳이 아침과 점심 사이로 국한될 필요가 없었다.


주말 아침에 못 일어나서 쓴 변명 같을 수 있지만

오후 3시쯤 '여유 있게' 갔던 더베이커스 테이블에서의 브런치로 행복했기에

데일리 수프, 커리 부어스트와 이름 모를 독일 빵을 곁들인



*글과 잘 어울리는 Durand Jones & The Indications의 Cruisin to the park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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