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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 Apr 24. 2024

진짜 남자

아내는 직업 특성상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내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하지만 청소나 빨래와 같은 집안일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반면, 요리는 어느 정도의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보니 나처럼 평소에 요리를 해보지 않은 남자들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건, 요즘엔 관심과 노력을 조금만 기울이면 각종 동영상이나 SNS를 통해 어렵지 않게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엉성하지만 나름 아빠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간단한 술안주도 직접 만들 있게 되었다.


그런 음식들을 핸드폰으로 찍어 SNS에 자랑삼아 올리기도 하는데, 반응들이 참 재밌다.


내 주변의 남자들이라야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나를 보아온 친구들과 군 출신 동기, 특전사 전우들이 전부다. 대부분이 겉보기에 매우 남자다울뿐더러 성격도 시원시원하니 다들 진짜 '사나이'들이다. 그런 친구들이 내 요리를 보면 대부분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칭찬을 해주지만 간혹 "꼬추 떼라", "전업 주부가 된 거냐"며 놀리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때론 내가 아내에게 하는 사랑 표현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놀림 속에서도 내가 계속해서 요리를 하고, 아내에게 사랑 표현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진짜 남자다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 생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난 스스로를 [진짜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남자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하는 남자다.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선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하면서도 자신이 믿는 신념과 가치 앞에서는 꺾이지 않는 강함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남자가 아닐까?


현시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은 단순히 힘이 세고 강한 남자가 아니라, 감성과 사랑 또한 중요시하는 남자일 것이다.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행동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들이 필요로 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들 말이다. 강함과 부드러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의지가 공존하는 사람! 이것이 진정 이상적인 남성상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의 부드러움은 남성의 강한 면모만큼이나 내적인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사회적 정의에 대한 의지는 올바른 가치와 신념을 가진 사람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오늘 딸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아이와 병원에 다녀온 후 하루종일 집에 같이 있었다. 평소엔 단호하고 엄한 아빠지만 오늘만큼은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아빠였다. 아이도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았는지 금세 다 나은 듯 생글생글 웃는다.


아이가 클수록 좀 더 남자다운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혹, 어른이 된 딸아이의 이상형이 '아빠 같은 사람'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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