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
첨예한 카드기에 내 몸을 베어
복부의 검은 피는 나의 이력이오
여기 칼칼한 사막에
나지막이 걸어가는 늙은 낙타와 어린 낙타 한 쌍
그리고 그 위를 유영하는 종이 한 장 있소
그대와 나의 고요 뒤에
백색의 선지 위에 그려진 점 하나
인생은 기록의 연속이다만
먹을 갈아 찍은 것도 점 하나요
고양이의 발자국도 점 하나거늘
이 곳에는 두견새도 까마귀도 없어
그대 부디 새끼 낙타의 목숨을 빌어
나를 기억하노니
오늘 흘린 눈물도
내일이면 모래바람에 뒤덮일 터
나 지금 그대의 이름 한 자락
귀에 꼽고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