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우 중대한 인사노무이슈가 발생했을 때 찾는 CEO가 대부분. 인사노무문제는 사람을 대하는 인성과 원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때문에 수습이나 해결을 위해 그 배경과 일련의 대응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에서 경영자의 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한다. 내겐 자기합리화를 하고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 말한다. 끄덕이며 듣는다 해서 그에 동의하거나 모두 이해하진 않는다. 그냥 할 일을 하고, 최대한 빨리 거리를 두려 하는 거지. 그런데 유사한 성격의 문제는 각기 다른 회사임에도 CEO의 모습이 유사할 때가 많다.
초기 기업의 노무 이슈는 보통 회사의 무지나 안일함에서 벌어지는데, 심각한 대립이 있을 때엔 반드시 CEO의 문제가 존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기반 정서에 분노가 깔려 있다는 거다.
누구나 자신감과 열등감처럼 양날의 감정이 공존한다. 거기에 살아온 배경의 성공과 실패경험이 겹겹이 쌓이며 타고난 기질과 성향에 감정과 편견이 얹어진다. 재밌는 건 일은 기질과 성향에 많이 기인하고, 실수나 잘못된 인사처리는 감정과 편견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는 거다.
CEO의 동력은 다양하다.
허세, 우월감, 자의식 과잉은 물론 열등감, 상처, 분노, 불안 등.
이 중 인사노무 이슈 중에서도 심각한 건들은 구성원 개인의 온전한 문제가 아닌 이상 CEO의 열등감과 분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걸 심심찮게 목격한다.
단지 스타트업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대기업에서도 이 문제는 동일하다. 다만 큰 기업의 구조 상, CEO로 갈수록 견제되는 게 많기에 덜 비추고 오히려 팀장 레벨에서 팀 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게 차이점이랄까.
다시 돌아가 불안도가 높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 CEO를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엄밀히 그가 불안도가 높은 건지, 분노가 짙은 건지를 잘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두 요인 모두 얼핏 보면 구성원을 못 믿고 마이크로매니지먼트 하려 들며 소위 사람을 쪼아 대는 모습으로 퉁쳐지기 쉽다. 그래서 늘 전전긍긍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따지는 게 많은 건 동일하나 후자는 리스크를 막고 싶어 하면서도 자기 손으로 리스크를 만들어내는 자충수를 두곤 한다. 두 유형은 엄연히 다르다. 불안도가 높으면 피곤하고 짜증이 높아지나 분노가 높은 경영자는 사람들에게 가혹하고 폭력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특히 후자라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에게 입바른 충언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서다. 말하면 감정이 폭발하고 분노를, 더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복수심을 감추지 못하기에 공포든 무시든 그에게 마음을 내주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이들은 또한 손바닥 뒤집듯 백 번 잘하고도 뭐 하나만 실수하거나 혹은 본인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으로 변하기에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는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게 CEO는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고, 구성원은 그런 CEO를 믿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들은 그로 인해, 파고 들어가 보면 결국 자충수로 일어난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일이 있었기에 더 강력하고 집요하게 따져본다며 부정적인 면이 강화되어 버린다.
본인은 사람들을 잘 구슬리고 덮었다 생각할지 몰라도 그간 수 백명의 CEO와 그 언저리의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며 확실한 건 사람들이 정말 몰라서 넘어가는 건 아니란 거다. 오히려 이런 이들은 한 번 봐도 소위 각이 나온다. 임직원은 물론 투자자, 서치펌, 컨설턴트, 커뮤니티에서 알게 모르게 평판은 떠돈다.
그럼에도 투자를 받고, 회사가 크고, 언론에도 소개되는 등 이들 중엔 잘만 사는 것 같은 이들이 상당수다. 그리고 이건 그들로 하여금 “됐고 회사랑 나만 잘 나가면 돼”란 인식을 강화시킨다.
밖에서와 안에서의 이미지와 신뢰가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회사는 생각보다 훨씬 비일비재하다.
직접 일해보기 전엔 아무리 눈에 보인다 해도 다 알기 어렵고 이미 맘 정한 사람들에겐 알면서도 다른 요건으로 이 또한 합리화되기에 들어갈 사람은 다 들어간다. (그러나 그 끝이 좋은 적을 별로 본 적은 없다) 그래서 불행히도.. 여전히 그들은 그렇게 살고, 상처받는 임직원은 끊임없이 양산된다.
회사만 커지면 이 상황에서도 오겠단 사람은 많아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평판이 꽤나 쌓일 쯤엔 정말 뽑고 싶은 핵심인재, 특히 리더급의 걸출한 인재는 그 회사에 가지 않는 걸 심심찮게 봐왔다. 위로 올라가고 채용경쟁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만큼 그의 정보력도 증가하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