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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는 세대차이가 없다

by S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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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물음표가 생기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자신을 "OO전문가"라고 칭하거나 "도와주겠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 거다.

회사별로 직급 연한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에 있으면서 과차장만 되어도 보통 8~15년 차 정도 되는데 그분들이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하는 일은 거의 못 봤다. 20년을 해도 물경력이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경력 연차가 전문가를 가르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쉽게 자신을 높이는 데엔 의문이다.


#2.

최근 '혼내기'에 대한 책을 읽고 올린 글에 본인 리더 얘길 하며 공감한단 분이 많았다. 내 의도는 자기반성이자, 책에서 뭐라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나는 이의 자기 인식도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런 류의 책은 자기반성용으로 써야지, 남 비난용으로 쓰면 곤란하다.

혼나는 사람은 혼내는 사람을 쉽게 비난한다. 말이라도 "내가 잘못하긴 했지"라 하면 준수하다. 그러나 이 말에 "그런데~"를 붙이면 감정 문제로 비화한다. 이렇게 되면 '혼낸 사람의 문제'만 남아 버린다. 중요한 건 why이고, 내가 잘못한 부분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도 너무하지 않느냐? 고쳐야 하는 거 아니냐?

불행히도 상사가 하루아침에, 더구나 당신 지적에 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모든 비즈니스 현장의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상대의 언어로 말한다」가 본질. 누군가가 혼날 만하지만 심하다고 느낄 때 상대에게 내 말이 먹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개선하고 보여줘 서서히 신뢰를 얻는 것뿐이다. 전문가 말을 안 듣는다, 남의 말 안 듣는다 하기 전에 먼저 보여주는 게 최선. (무엇보다 본인도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3.

수평적, 자율적이란 말도 때론 오역되는 거 같다.

조직은 위계라는 게 존재하고, 위계의 본질은 의사결정 권한과 결과의 책임에 있다. 그래서 그 최상단엔 늘 CEO가 있다. 스타트업에서 CEO가 문화의 전부인 이유다. 엊그제에도 같은 말을 했고 요즘 많이 하는 피드백 중 하나는 "리더가 일방적이고 대체 내 권한은 뭐냐"란 생각이 들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거다. 스타트업에서 CEO 모두가 늘 맞는 결정만 하긴 어렵지만 그 결정이 대체로 맞고, 그걸 인정한다면 거기에 수평이니, 일방이니, 자율이니 굳이 토 달 필요 없다. 스타트업에서 타이밍과 속도가 핵심역량인데, 일단 결정된 건 그걸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실행해 내는 데에 집중하는 게 최선. 나는 생각이 다르고는 대세에 영향도 못주고 심리자원만 소모시킨다.


#4.

'닥치고 일해', '까라면 까'라는 과거 기업 문화에 대한 비아냥이 있지만 사실 한 끗 차이다. 그건, '의사결정 사항'이라는 걸 고려하면 된다. 물론 보수적인 기업에서는 모든 게 위에서 떨어지고 비윤리적, 동의할 수 없는 일을 그냥 하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스타트업에 있다. 의사결정 전 적극적 반대의 기회도 있고, 여력도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종종 놓치는 건 과정의 수평과 자율이지, 의사결정 이후엔 헌신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란 점이다.


#5.

의사결정이란 하나의 선과 같다. 적극적으로 반대하되 어느 선에서는 멈추는 것, "OK, 빨리 잘합시다"라고 실행으로 바로 돌입하는 선.

어차피 스타트업에서 대부분은 시행착오고 겪은 경험의 질과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누가 다 맞다 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난 전문가, 내가 한 수 알려주마라는 자세는 본인에게 마이너스다. 애초에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회사를 만나는 데에 집중하고, 거기에 올라타기로 했다면 그 선택이 최고가 되는 데에만 신경 쓰시는 게 이익이다.

리더가 좀 너무한 거 같아도 틀리진 않더라 한다면 전념을 다하시고, 아니라서 문제라면 고치려 말고 그냥 빨리 탈출하시는 게 낫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안 되더라 한다면 적어도 그를 바꿀 사람이 나는 아닌 거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이런 말 하는 사람치고 진짜 "아무리 말해도"라 할 만큼 말한 사람을 별로 본 적 없다)


#6.

이 무슨 시대착오적 발언 같은 말이냐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보다 30년 선배, 나보다 20년 이상 어린 리더와도 일해본 바, 그 결론은 "대표는 세대 차이가 없다"다. 조직의 인정과 기대도 시대 차이는 없다. 요즘 시대가 변했다는 말은 개인의 변화에 주로 무게가 실렸을 뿐이다. 얼마나 헌신했느냐, 얼마나 저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무엇을 보여주었느냐라는 조직의 인정과 기대는 동일하다. 이걸 잘 해내는 게 폄하되는 세태가 가끔은 안타깝기도. 안 줘서 못한다 말고 일단 먼저 보여주는 게 상책. 정말 똑똑하게 내 것 챙기는 게 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불필요한 데에 자존심과 자존감 운운 말고.


※ 이걸 꼰대라 할 수 있지만.. 회사 성공시키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면 그게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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