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는 계절 향이 있다. 특히 비릿하면서도 상쾌한 가을바람을 정말 좋아한다. 잎 색이 붉어지면 온전히 가을이라는 걸 알지만, 그 전에 가을이 왔음을 아는 건 가디건이다.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에 추위 탈 걱정하는 나는 항상 얇은 담요나 가디건을 챙겨 다녔다. 실내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짐이 되기 마련이었는데 가을만큼은 다르다. 낮에는 벗어두고, 저녁엔 입으니 옷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외출할 땐 오늘의 의상 컨셉을 정한다. 다음으론 색깔을 고르고, 포인트가 될 액세서리까지 결정하면 큰 그림은 그렸다. 의외로 가디건은 의상에 맞춰 고르지 않을 때가 많다. 가디건 하나로 의상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하루에 두 벌을 입은 듯한 느낌이 좋아서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오늘 끌리는 가디건을 고른다.
일요일 저녁, 출근할 옷을 골랐다. 내일은 어떤 가디건을 챙겨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