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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Nov 25. 2022

퍼스널 브랜딩, 꼭 필요할까

무명의 부자가 꿈인데 말이죠.

IT업계 기획자, PM, PO 경력 총 13년. 시니어로 접어들면서 링크드인, 리멤버를 비롯해 참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고맙게도 고인물 취급해주지 않고 전문가라 인정해주며 제법 알려진 탄탄한 회사들의 채용 제안은 물론 기획 강의 제안도 오고 커리어 컨설턴트 제안도 왔다. 요즘은 창업 제안도 왕왕 오고는 한다.


더불어 브런치를 접한 뒤 원하는 대로, 두서없이, 생각나는 그대로 휘갈긴(?) 글이 뜻밖에 좋은 반응을 얻어 출판사와 작가님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모든 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만나보며 가장 많이 들어본 이야기 중 하나가 ‘이제 본인(나)을 드러내고 브랜딩 했으면 좋겠다‘라는 목소리였다. 이토록 충분한 경험과 이력들이 있으며 왜 숨기고 사냐는 거다.(특히 브런치) 심지어 나를 밝히지 않으면 출판은 힘들다는 소리도 들었다. 말로만 듣던 퍼스널 브랜딩. 그것이 부족한 게 모두가 내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 이야기했다.


곱씹어 생각을 해봤다.

정말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한 걸까?


객관적으로 판단해보자.




내 꿈은 돈 잘 버는 직장인이다.


퍼스널 브랜딩, N잡러의 시대. 돈을 잘 벌려면 그만큼 더 많이 나에 대해 알리고 드러내야 소위 ‘잘 팔릴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을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링크드인.


요즘 IT회사 인재들의 링크드인을 살펴본 적이 있는가? TIME지에 실릴 것만 같은 카리스마 있는 흑백 프로필 사진 한 장쯤은 기본, 모던하고 세련된 오피스에서 밝게 웃고 찍는 사진을 가진 인재들이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는 곳이다.


링크드인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사이트를 링크드인에 맘껏 뽐내며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그런 글들을 보다 보면 나 역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누군지도 모르는데 팔로우하곤 한다. 그리고는 어느 시점이 되면 나는 퇴사를 했다는 것을 당당히 알리고, 채용 제안을 직접 받아 선택한다.


그래서 요즘 채용은 링크드인이 중심이 되나 보다. 내가 생각해도 이름과 회사, 경력만 딸랑있는 딱딱한 이력서 문서보단 생동감 있는 멋진 프로필 사진, 정돈된 경험들, 내 주관이 담긴 짤막한 아티클들이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자신들의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판단하기 수월할 것 같다.


그런데 링크드인을 보다 보면 정말 노답, 극악의 실력으로도 퍼스널 브랜딩 하나로 몸값을 올려가는 아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함께 일할 때 기억이 최악인데, 꽤 좋은 회사를 다니며 강연을 다니고 책도 쓴다. 그럴 때면 솔직히 정말 어이가 없다. 솔직히 나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을 걸 생각하면 화딱지도 난다.


그러나 스스로 ‘퍼스널 브랜딩’을 잘했기에 나온 결과물, 부럽고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또한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개인 성장의 디딤돌만 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그냥 유명해지고 싶은 일개 사람들 제외)


그래서 나도 한때 프로필 사진도 찍고 링크드인을 한 번 즐겨볼까 생각도 해봤다. 사진부터 준비해보자 싶어 프로필 사진 전문 사진관을 탐색해보지만 금방 열정이 식어 프로필 사진은 대충 그럴싸한 것으로 교체를 한다. 남들처럼 경력을 정리하고, 글도 한 번 써보려 시도해본다. 그리고는 결국 ‘취소’를 눌러버린다.


확실히 나는 나를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듯하다.


고민 끝에 나를 잘 드러낸다고 해도 불특정 다수의 기준에 의해 평가를 받는 게 불편할 것 같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집에서 수많은 평가 속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나를 드러내는 것이 더 싫어진다. 이쯤 되면 또 고민에 빠진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그토록 나를 꽁꽁 숨기고 그저 회사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일만 죽어라 하고 있으면 과연 나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금전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이토록 넘치고 흐르는 인재들, 쩐의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자신도 그다지 없다. 아무도 나의 존재는 모르지만 회사에서 만큼은 인정을 받아서 돈을 많이 받는 ’숨은 고수‘가 되면 좋겠다. 근데 좀만 인정받기 시작하면 대체로 직위가 올라가고, 꼭 나를 드러내야 하는 일들이 주어지더라. 때문에 나 역시 수많은 사람 앞에 세미나를 하거나 강의를 했던 경험들이 생겼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싶기도 했지만 이런 일들을 앞으로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너무 강했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했다. 이럴 바에 직급이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직급이 올라야 돈도 많이 받는데 이것 참 딜레마다.


회사에서 직급을 포기하면 N잡러로 꿈을 이뤄야 되는데 N잡러 또한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퍼스널 브랜딩이 필수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 그것이 N잡러로 활동하는데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 아니던가.


효율을 생각하면 이러든 저러든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사실 내가 나를 좀 드러낸다고 모두가 내게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스펙을 자랑할 것도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예 관심도 없을 확률이 매우(확실히) 높다. 설령 관심이 생겨도 운동선수나 연예인들만큼이나 유명세를 타는 것도 아니다.


혹자는 퍼스널 브랜딩은 꼭 잘 팔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나에겐 목적이 명확하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일 뿐이다.


나는 확실히 중심보다 변두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회사일도 그렇다. 서비스의 메인이 장식하는 화려하고 멋진 UX/UI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Back-end side의 견고한 설계 업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인터뷰를 봐도 상대가 도전적이고 리더십 있는 모습보다는 차분하고 끈기 있는 모습에 더 끌린다. 이런 성향의 B2B에 관심 있는 분은 연락 주세요.(음...?)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수단이 퍼스널 브랜딩이라면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없을 것 같다.(브랜딩을 제대로 못할 것도 뻔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다시 한번 그만두기로 했다. 링크드인과 리멤버에 사진을 올려둔 것 만으로 충분히 했다.


아, 퍼스널 브랜딩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합당한 이유를 찾고 싶었는데, 이 글은 목적을 잃었다. 그저 퍼스널 브랜딩을 못하는 사람이 하지 않아야 할 마땅한 이유를 찾다가 갑작스러운 구인공고를 하고 어쨌든 난 못할 테니 안 하겠다고 마무리하는 일기가 되어버렸다.


별생각 없이 글 쓰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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